모듈형 가전제품 제조사 '프레임워크'(Framework)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니라브 파텔(Nirav Patel·사진)이 최근 방한했다. 그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상현실(VR) 오큘러스의 창림멤버이자 페이스북(현 메타) 임원을 역임한 파텔 CEO는 노트북을 시작으로 다른 '모듈형' 전자 제품 도입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최근 253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으면서 누적 투자액이 600억원이 되었으며, 연구·개발(R&D)과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현재 노트북만 취급하는 프레임워크의 제품들은 메인보드, USB, 디스플레이 포트, 블루투스 부품은 물론, 모니터와 키보드까지 고객이 직접 교체·수리하는 DIY(Do It Yourself) 제품이다. 원할 때 제품 전체가 아니라 부품 일부만 최신화할 수 있고, 친환경적이라는 장점 때문에 전 세계 기술에 능통(테크 세비·tech-savvy)한 사람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제품이다.
다만 새로운 제품 유형인데다, 개발 비용 등도 적지 않아 초기 비용이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 싸지 않다는 이유로 진입 장벽도 있다. 앞서 유사한 도전을 시도했던 이들이 줄줄이 바로 모듈형 전자 제품을 접은 이유다.
이런 가운데 2021년 후 수년째 사업을 이어가는 파텔 CEO에게 국내 언론사 최초로 사업 배경과 현황을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한국 방문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안다
한국은 노동에 열정적인 '허슬 문화'(Hustle culture)와 같은 우아함이 있다. 한국은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는 문화가 강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는 이런 문화가 조금 있지만, 전역에는 없다.
한국에 올 때는 일본도 함께 방문하고는 하는데, 서울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나 기업 인큐베이팅이 더 많다고 느낀다.
Q. 모듈형 제품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왜 이런 제품을 만들게 됐나
재미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 혁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런 관점에서 TV나 노트북과 같은 가전제품에서는 건강하지 않다. 한 번 사면 교체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이런 점에서 대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사업을 탄생시키고자 했다.
프레임워크는 기본적으로 전자 제품의 교체 주기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기보다, 지속성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자 했다. 우리의 제품은 업그레이드와 수리가 가능하고,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일종의 플랫폼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마치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처럼 말이다. 한 번 제품을 구매하면 일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계속 우리 제품을 사용하게 만든다. 환경에도 좋다. 전체를 낭비하지 않고, 폐기물은 덜 배출한다.
가전제품을 보면 VR, AR, 인공지능(AI) 하드웨어 등 극히 일부 카테고리를 제외하면 대부분 카테고리가 포화 상태로 성장이 정체돼 있다. 교체 주기가 굉장히 늦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접근한다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Q. 성장세는 어떤가
팬데믹 때는 노트북 시장 수요가 늘면서 시장이 성장했지만, 이후에는 수요가 급감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아직 매출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2021년 노트북 시장에 진입한 후 매년 매출을 두 배로 늘려왔다. 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시장이 어려운 가운데서,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와 제품을 믿고 장점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브랜드 스타일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사실이다.
Q. 타깃 고객군은
우리가 목표로 한 고객군은 기술에 능통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기를 열고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유튜브에서 이러한 사람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유튜브 등 간단한 홍보만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초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다음 바로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의 정보기술(IT) 관리자들은 AS센터에 컴퓨터를 보내고 기계가 수리될 때까지 기다릴 여력이 없다. 회사 내에서 바로 수리할 수 있는 컴퓨터를 원한다.
Q. 한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 있는가
우리는 한국 시장의 잠재력도 눈여겨보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계는 흥미로운 소프트웨어가 많고, 대기업들은 하드웨어 강점이 많다. 다른 기업들과 함께 할 기회도 많아 보인다.
전반적인 전자제품 시장을 보면, 기본적으로 흥미로운 소프트웨어는 많이 있지만 흥미로운 하드웨어는 많지 않다. 한국 대기업들의 하드웨어 산업이 강력한 점을 생각하면 매우 재밌는 지점이다.
이미 한국어 키보드 등 제품 인증을 받았고, 한국에 물건을 보낼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개발과 준비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한국뿐 아니라 일본, 싱가포르, 홍콩에도 진출 계획 중이다. 대만에서 제조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에서는 이미 대만에 진출한 상황이다.
한국은 게이머를 위한 PC 문화가 성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컴퓨터를 자기 선호나 필요에 맞게 맞추는 훌륭한 애호가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Q.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선 알겠지만,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가장 싼 완제품이 한화 80만원 정도) 까다로운 아시아 시장이 우호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가격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게이머의 경우 소비자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단순히 최저가를 찾는 사람부터 가격에 상관없이 고사양을 원하는 사람까지 광범위하다. 프레임워크 제품은 제품 라인을 넓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에게 다가갈 기회가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업들은 만약 3년마다 모든 노트북을 교체해야 했다면, 우리 제품을 쓰면 교체 주기를 더 길게 가져갈 수 있고, 중간에 일부 부품만 교체하면 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Q.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등 다른 제품으로 확장할 계획도 있나.
물론이다. 아직 정확히 어떤 카테고리인지 공유할 수는 없지만, 노트북을 첫 번째로 선택했을 뿐 유일한 카테고리가 아니다.
Q. 최근 투자도 많이 받고 회사가 커가고 있다. 인사나 조직 관리에 있어서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분은
처음엔 소수였다 이제 아래 직원만 50명이다. CEO는 외로운 자리다. 리더는 혼란을 없애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결정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이나 경쟁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인사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는 면접뿐 아니라 인사와 관련된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나는 직접 링크드인에서 새로운 사람을 물색한다. '이 사람이 회사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까?' 그게 내가 사람을 뽑고 다룰 때 핵심 질문이다.
Q. 목표는
우리는 시장에서 5위를 달성할 수 있기를 원한다. 노트북 시장에서 애플만이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과 브랜드를 가질 뿐, 윈도우 사용자의 경우는 소비자 충성도가 높지 않다. 우리는 그 틈새를 파고들 계획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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