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실제로 빠져나가는 걸 눈으로 보고 느껴야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현금 챌린지'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준비물인 현금 바인더가 생각보다 밋밋해 아예 직접 만들었어요."
'현금 챌린지'에 도전한 A씨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현금 바인더 제작기를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유튜브서 소개된 바인더 만들기 팁을 참고했다"며 "서재 정리하다가 발견해 폐기하려고 했던 통장 지갑을 겉표지로 활용해 바인더가 아주 멋스럽다"고 자랑했다.
오로지 현금만 사용하는 '현금 챌린지'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면서, 현금을 넣어놓는 현금 바인더를 직접 제작해 개성을 뽐내는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현금 생활을 시작한 이들에게 현금 바인더는 필수품이다. 이를 통해 용도와 요일에 맞게 미리 정해놓은 금액만큼의 현금만 사용할 수 있어서다. 가령 바인더 내 '월요일'이라고 표시한 속지에 2만원을 넣어두고, 그날은 해당 현금으로만 결제하는 식이다. 남은 현금은 다시 저축용 속지에 넣는다.
시중에 현금 챌린지 용도의 바인더 제품이 존재하지만, MZ세대는 현금 바인더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직접 제작하고 꾸미면서 재미도 추구한다.
직접 만든 현금 바인더를 사용하고 있다는 30대 직장인 백모 씨는 "월급의 80% 가까이 대출금과 적금에 넣고 있어 항상 카드 할부가 일상이었다"며 "현금 생활을 결심한 뒤 챌린지를 지속하려면 무조건 과정이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 바인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금 바인더 제작에는 기본적으로 스프링이 열고 닫히는 인덱스 노트가 필요하다. 속지로는 바인더에서 현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스프링에 끼울 수 있는 바인더용 지퍼백을 사용한다. 노트 안에 있는 종이를 빼내고, 일일이 속지를 끼워 넣으면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바인더 표지를 가죽으로 덮거나, 곳곳에 스티커를 붙이는 등 각자가 원하는 대로 바인더를 꾸밀 수 있다.
백씨는 "바인더 표지 안쪽에 평소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진을 붙이고, 속지는 귀여운 고양이 스티커로 꾸며놓았다. 원하는 키링도 따로 달았다"며 "직접 만든 현금 바인더에 대한 애착이 커 현금 챌린지 능률도 올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 습관에 맞게 바인더를 실용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것도 '바인더 직접 만들기'의 장점이다. 속지를 단순히 요일별로 구분하는 것을 넘어, 제작 과정에서 자신만의 항목을 만들어 끼워넣을 수도 있다.
B씨는 자신의 현금 바인더에 식비, 교통비, 교회 성금 등에 쓰이는 현금을 넣는 속지 8개를 별도로 만들었다. 그는 "개인 지출은 현금 챌린지를 통해 어느 정도 관리한다"며 "그런데 아이들 식비 등 가족 전체의 생활비는 줄이기가 어려워,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 항목별 속지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현금 바인더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아예 맞춤형으로 각종 재료를 제작해주는 전문 업체까지 등장했다. 한 업체는 수십 가지 색 중 주민자가 원하는 대로 바인더 표지를 만들어준다. 또 표지에 특정 문구를 각인해주는 업체도 나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끊임없이 재미와 개성을 추구하는 특성이 있다"며 "사실 지출을 줄이는 목적의 현금 챌린지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여기에서도 일종의 '놀이 요소'로 바인더 제작과 꾸미기에 열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