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3700만원 받은 이유 기억 안 나"…승부조작 해명 '의문'

입력 2024-09-12 14:46   수정 2024-09-12 14:50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승부 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가 결백을 주장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이 있다는 지적이다.

손준호는 11일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내 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게 씌워진 승부 조작 혐의와 이에 따른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징계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승부조작 등 불법적인 금전 거래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0일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전(前)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했는데, 대한축구협회에도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손준호의 기자회견은 이에 대한 반박이다. 하지만 손준호는 산둥 타이산 동료였던 진징다오로부터 20만위안(약 37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손준호가 중국 법원으로부터 20만위안 금품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판사와 형량을 협상해 이미 구금돼있던 10개월만큼의 형량을 받는 걸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법원이 손준호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 이체 내용을 문제 삼아 금품수수 혐의를 갖다 붙였다면서, 손준호의 승부 조작 가담 혐의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다만 이 과정에서 손준호의 혐의를 뒷받침하거나, 그의 결백에 힘을 싣는 공식 문서·자료 등 뚜렷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문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손준호의 판결문 역시 확인이 안 됐다고 밝혔다. 판결문엔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한 세부 범죄사실은 물론, 금품 대가로 승부 조작이 언급됐을 시 승부 조작 대상으로 지목된 경기에서의 실제 불법 행위 여부, 방법 등에 대해서도 적시됐을 것으로 보인다.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한국 귀국 자체가 중요한 상황이었다"며 "판결문을 통해 손준호에게 적용된 자세한 혐의 사실을 확인해볼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판결문 열람 요청을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손준호는 지난해 6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 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가 공안에 연행됐다. 손준호는 갑작스러운 체포 후, 공안에게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조차 없는 간단한 사안"이라는 설명을 들었고, 조사 과정에서 한국어를 어눌하게 구사하는 통역자의 도움만 받았다고 했다.

이후 중국 공안이 "중국 공안이 아내와 아이들을 언급하며 '혐의'를 인정하라고 협박하며, 지금이라도 인정하면 이르면 7∼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회유했다"며 "겁도 났고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거짓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당초 손준호에게 '60∼65만위안(약 1억3천만원) 규모의 뇌물 수수 혐의'를 씌웠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이 지난해 1월 산둥-상하이 전 승부 조작에 내가 가담했다고 봤다"며, '불법 구금·강압 수사'를 못 이겨 거짓으로 자백했으나, 이후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60∼65만위안 뇌물 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자백을 번복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중국축구협회는 이날 손준호에 영구 제명 징계 사실을 FIFA에 통지했다. 대한축구협회에도 동일한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FIFA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내용을 검토한 뒤 각 회원국에 손준호의 징계 내용을 전달하면 손준호는 어느 국가에서도 축구 선수로 뛸 수 없게 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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