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관위원 메시지'를 냈다. 한은이 발간하는 주요 보고서에 금통위원이 실명으로 이같은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위원은 물가와 금융안정이 상충되고 있다는 점을 균형있게 언급했다. 황 위원은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강해지고 있고, 환율도 레벨이 한 단계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성장과 관련해서는 일부 주요국의 경기 우려에 적기 대응하는 한편, 기준금리 조정의 파급시차를 감안할 때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고 있는 내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봤다.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한 부분이다.
반면,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에 연계된 가계부채 비율이 이미 금융 부문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고도 했다. 금융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의 빠른 완화는 어려운 상황인 점을 짚었다.
황 위원은 "금융안정과 경기 흐름의 개선이라는 목표 간의 상충 정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그리고 거시건전성 규제와의 적절한 정책조합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같은 주관위원 메시지를 낸 것과 관련해 소통을 늘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박종우 부총재보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기존에도 금통위원들이 안건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보고서에 반영해왔다"며 "그동안 이런 의견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었는데, 금통위원의 대외 소통이 더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아 이번 보고서부터 이런 형태로 포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원의 소통 강화 흐름은 이창용 한은 총재 부임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금통위 때 3개월 후 금리 전망에 관해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공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대표적이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금통위원의 3개월 후 금리 전망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상세히 설명했다. 지난 4~5월 회의에서는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이 1명이었다. 7월에 2명으로 늘었고, 8월엔 과반을 넘어 4명을 기록했다. 한은은 "금통위원의 3개월 내 조건부 금리전망의 효과를 점검해보고 전망시계 확장 여부 등 개선방안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설명회에서는 금통위원들이 '묵언기간'에도 외부와 소통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개선했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묵언기간은 금리 결정을 앞두고 관련된 발언을 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박 부총재보는 "묵언기간은 통화정책방향 회의 1주일 전 새벽 0시부터 당일 총재 기자간담회 종료시로 명확히 설정하고, 발언 제한 범위는 기존 통화정책 방향 관련 내용 및 금융경제 관련 사항으로 폭넓게 제한했던 것에서 통화정책 방향 관련 내용만 제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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