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 참석 중이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기 위해 12일 중도 귀국했다. 국제회의를 수행 중인 문체부 장관이 국회 일정으로 긴급 귀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문화부 장관과 만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강하게 항의하려던 계획은 유 장관의 부재로 후속 조치 이행을 ‘당부’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됐다.
문체부에 따르면 유 장관은 이날 일본에서 오전 항공편을 이용해 귀국,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했다. 지난 10~11일 일본 고베에서 한중일 관광장관 회의를 마치고 교토로 옮긴 유 장관은 당초 이날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를 비롯해 한일 문화장관, 한중 문화·관광장관 양자회담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회의는 용호성 문체부 제1차관이 유 장관을 대신해 한국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참석을 위한 국회와의 이석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회 일정과 장관의 해외출장 일정이 겹칠 경우 업무상 이석에 대한 상호 협의가 필요한데, 이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불참한 것을 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유 장관의 불출석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한중일 문화·관광 장관회의가 더 먼저 잡힌 일정이고, 회의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출국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유 장관은 이날 일본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대신과 한일 문화장관 양자회담을 갖고 지난 7월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항의의 뜻을 일본 정부에 전할 계획이었다. 민주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일본에 개선 요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던 사안으로, 이에 대해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톤을 낮출 필요가 있어 보일 정도로 유 장관이 강한 메시지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의 소환으로 회담에 용 차관이 나서게 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문체부는 이날 “일본이 약속한 사도광산 노동자 추도식에 일본 정부 고위급 인사가 참석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회담 결과를 밝혔다.
유 장관의 귀국으로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회의가 코로나19 팬데믹과 각국의 정치적 입장으로 이뤄지지 못하다가 5년 만에 열린 장관급 회의로, 일본과 중국에선 ‘대신’과 ‘부부장’이 참석했다. 이런 가운데 유 장관이 회의 도중 돌아가면서 외교 프로토콜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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