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엄중한 경고…클래식 음악으로 재탄생한 백제 가요 수제천(壽齊天)

입력 2024-09-13 16:33   수정 2024-09-13 20:02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리허설 현장. 평화롭게 상승하는 음형이 반복된다. 메아리처럼 반복되는 선율이 마치 광활한 추억을 되새기는 듯 하다. 그러다 2악장에서는 '빠라바밤~!' 하며 트럼펫이 돌진하듯 튀어나온다.

신비로우면서도 동양풍의 이 신곡은 작곡가 최우정(서울대 작곡과 교수)의 '수제천 리사운즈'. 지휘자 정치용이 이끄는 국립심포니의 기획 공연 '에코 앤드 에코'(ECO & ECHO)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한 이번 공연은 13일 세종예술의전당과 11월 30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열린다.



수체전 리사운드는 널리 알려진 국악 작품인 수제천(壽齊天)을 작곡가 최우정이 재해석해서 만들었다. 수제천은 "생명을 가지런히 하고 앞에 하늘 앞에 고한다"는 의미로 1500년 전 백제 시대의 향악 정읍사를 원곡으로 한다. 이날 리허설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최우정은 작곡 취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국공립단체가 해외에서 하는 공연을 보면 자랑하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보다는 나라의 위상에 맞게 세계를 움직이는 지식인, 권력자, 정치인과 치열하게 논쟁하고 문제를 공유할 수 있는 작품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세계 주요 이슈인 환경 문제와 관련한 곡을 쓰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수제천'을 즐겨 들었다는 최우정은 "저를 상당히 편안하게 만드는 음악"이라며 "'수제천'을 들었던 기억에 의존해 일종의 리액션으로 곡을 썼다"고 설명했다. "국악을 바탕으로 곡을 쓸 때 국악을 분석하고 그 요소를 적용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저 국악을 좋아하는 감상자의 입장에서 자유롭게 쓰려고 했습니다. "



최우정은 '수제천 리사운즈'를 두 악장으로 나눠 구성했다. 첫 악장 '오래된 음악들의 메아리'에는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에 대한 회상을, 두 번째 악장 '먼 훗날로부터 오는 메아리'에는 오늘날 사라져가는 자연에 대한 감상을 담았다.

"한국 전통음악은 자연을 컨트롤하지 않고 자연과 대위법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가는 게 한국전통 음악의 특징이죠. 절에 있는 종소리를 생각해보세요. 자연의 열린 공간에서 소리를 내고, 그 소리와 함께 주변에 있던 풀벌레 소리, 새소리도 함께 들리지 않던가요. 자연 고유의 소리와 음악이 서로 밸런스를 맞춰가며 연주하게 돼죠"

에코 앤 에코 공연에서는 수제천 리사운드를 비롯해 자연를 소재로한 클래식 작품들도 함께 연주한다. 수제천 리사운드의 1악장이 끝난 다음 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 베토벤 '전원'을 선보인 뒤 마지막 곡으로 두번째 악장을 배치했다. 동·서양이 그려낸 자연의 모습은 어떻게 다를지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구성이다.

공연을 엔딩을 장식하는 2악장은 말러 교향곡 5번을 몇몇 요소를 인용했다. 상승하는 트럼펫 사운드가 대표적이다. 이는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았다고. 지휘자 정치용이 이 아이디어를 냈다. 최우정은 "성경에서도 그렇고 주로 경고할 때 나팔을 많이 불지 않나. 곡에서 7번 정도 계속 나팔소리가 등장하는데, 순간적인 경각심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클래식 애호가들이 들었을 때 경고의 의미라는 것을 공감하길 바라며 작곡했다"고 덧붙였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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