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한화생명 LIFEPLUS전략실 실장(상무·사진)은 지난 11일 한화생명이 e스포츠 게임단을 운영하는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국내 보험업계 소비자의 평균 연령은 50대”라며 “반면 게임과 e스포츠 산업에는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세대가 주로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마케팅의 기본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소비자의 연령층이 넓어지는 만큼 잠재적 소비자인 2030세대가 많은 게임산업에서 기회를 찾았다는 얘기다.
한화생명은 2018년 국내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게임단을 인수해 한화생명e스포츠(HLE)로 재창단했다. 국내 금융회사 중 게임단을 직접 운영하는 건 한화생명이 유일하다. 경기 고양 일산에 ‘캠프원’이란 이름의 숙소 겸 연습실을 따로 마련할 정도로 각별히 챙긴다. 이 건물 내부에는 식당은 물론 헬스장 등 부대시설도 갖춰져 있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HLE는 올해 국내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프로 리그인 ‘2024 LCK 서머 스플릿’에 창단 후 첫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연말에 열리는 국제 대회인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도 국내 리그 대표로 참가한다.
다른 기업처럼 ‘네이밍 스폰서’(브랜드를 게임단 이름에 함께 표기하는 후원 계약)만 할 수 있음에도 한화생명이 인수를 택한 건 ‘진정성’을 위해서다. 김 실장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려면 결국 몰입도가 높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우리가 직접 e스포츠 생태계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e스포츠 마케팅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HLE와 연계해 작년 12월 내놓은 저축보험 상품 가입자의 68%가 20~30대였다. 또한 가입자의 44.5%가 다른 보험 상품에도 가입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e스포츠 게임단은 해외에서 ‘한화’ 브랜드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생명 게임단이 올해 6월 베트남에서 연 팬 페스타에는 1500명이 참석했다. 이 행사에 지원한 팬은 참석자의 열 배인 1만5000명에 달했다. 행사 참여 인원의 30.5%는 HLE 게임단을 통해 한화생명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e스포츠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표는 ‘팬덤 구축’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한화생명이라는 브랜드명이 20~30대 입에 오를 일이 일상에선 거의 없다”며 “하지만 e스포츠 게임단이 대회에서 활약하면 자연스레 ‘한화생명’이란 이름을 사람들이 외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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