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감' 선 그은 한은…"필요시 건전성 규제 강화"

입력 2024-09-12 18:02   수정 2024-09-13 02:51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올해 내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계부채 증가세로 인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속도와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거시 건전성 규제 등을 더 강화하는 조치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한은은 12일 이런 내용 등을 담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명목 주택가격은 2021년 고점의 90%를 회복한 수준이다. 서초구 등 일부 지역은 전고점을 돌파했다. 부동산 과열은 가계부채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2021년 3분기 99.3%이던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 1분기 92.1%까지 하락했지만, 2분기 이후 상승 전환해 4분기 92.6%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또 2000년 이후 네 차례의 주택가격 상승기에 공통으로 나타난 ‘주택거래량 대폭 증가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 현상이 최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우 한은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8월 금리 결정 전) 내부적으로 가계부채 증가 폭을 점검한 결과 8조원 이상, 많게는 9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며 “당시(8월) 금리 결정이 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최근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 부총재보는 “시장금리가 연내 2회 인하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데 향후 정책 여건과 과거 사례에 비춰 볼 때 과하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이어 “주요국에 비해 한국은 금리를 먼저 올린 대신 덜 올리면서 물가 안정을 달성했다”며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도 조정의 폭과 속도에 대한 기대를 형성할 때 이런 부분의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를 총괄한 황건일 한은 금통위원은 가계부채 비율이 금융 부문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과 내수 및 성장에 선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을 균형 있게 언급했다. 황 위원은 “금융 안정과 경기 흐름 개선이라는 목표의 상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 인하가 양쪽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고려하며 판단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실린 ‘최근 외국인 및 거주자의 증권 투자 흐름과 전망’ 보고서에서 소위 ‘서학개미’의 해외 증권 투자 증가세가 외환 수급 불균형을 심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엔화 강세가 원·달러 환율과 국내 자본 유출입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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