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사진)이 "대기업 계열사간 합병에 대해서도 시가 기준 기반 일률적 산식을 적용하지 않는 등의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시가를 기준으로 인수합병(M&A) 기업가치 산정하는 기존 방식은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최근 두산그룹이 보류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간 합병 움직임 이후 금융당국 수장들이 잇따라 '시가 무용론'을 제기하는 모양새다.
그는 "합병가액 산정을 현재처럼 기준가격(시가)으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있다"며 "국제적 기준이나 시장 상황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특정 회사는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최근 시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가 정정신고 요청을 재차 받은 두산을 염두에 둔 말로 풀이된다.
두산은 앞서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간 주식 교환 비율을 1대 0.63주로 정해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가 철회했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현실적으로 시가가 기업의 공정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며 "주주들이 시가 기준 기업가치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두산이) 그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도 이같은 견해를 공유하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이를 두고 작년부터 기업간 합병가액 산정 규제 손질에 들어가 올들어 관련 개정법 마련에 나선 상태다. 비계열사간 합병 시엔 자본시장법상 산식을 의무화하지 않고, 당사자간 협의를 통해 합병가액을 정할 수 있게 하는 게 골자다. 여기에다 제3자가 합병가액을 검증하도록 외부평가를 의무화한다.
금융위는 당시 계열사간 합병에 대해선 이같은 개선안을 일단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계열사간 합병의 경우엔 대등한 당사자간 거래가 아니라 대주주 위주로 의사결정이 이뤄져 일반주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당시 그런 우려가 있었던 것은 맞다"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현안을 지켜보면서 기준가격 방식을 하나로 정해둔 것이 오히려 공정가액을 찾는 데에 제약요인이 되고 있는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합병가액을 법령으로 정한 선진국은 별로 없다"며 "글로벌 스탠더드 등을 참고해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라고도 주문했다. 그는 "밸류업 간담회서 대기업 등을 만나 참여를 부탁했고, 이후 현대차 등 여러 기업이 밸류업 공시나 예고공시를 했다"며 "다른 대기업들도 적극 참여해달라"고 했다. 이어 "일본에 가서 밸류업 우수 기업들을 만나 보니 주주와 소통에 적극적이고 가치제고 노력에도 열심이었다"며 "한국 기업들도 좀더 (밸류업을) 적극적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국내 증시와 관련해선 "해외 영향을 신속히 받는 분위기"라며 "(외부의) 영향 줄이려면 자본시장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시장은 대체적으로 미국이 이달 중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시장 예상대로 움직일 경우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현재 전면 중지 중인 공매도 거래에 대해선 내년 3월 말 전체 재개를 목표로 제도 개선 중이라고 했다. 지난달 말 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밝힌 증권사 기업금융 관련 제도·규제 개선도 재차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종투사 제도의 공과를 평가해 개선 방안을 만들 것"이라며 "부동산 PF 등으로 많이 쏠리고 있는 부분에 대해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할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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