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 근위병의 상징인 검은 털모자 가격이 1년 새 30% 상승했다.
영국 BBC는 12일(현지시간) 동물보호단체의 정보공개 청구로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근위병 털모자 가격은 2022년 개당 1560파운드(약 273만원)에서 지난해 2040파운드(357만원)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30%의 가격 상승은 캐나다 흑곰 모피로 제작되는 털모자 납품 계약의 변경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새 업체를 통해 구입한 털모자는 2022년 13개, 지난해 24개였다. 지난 10년간 털모자 교체에 쓰인 예산은 약 100만파운드(17억5000만원)였다.
근위병 털모자는 '베어스킨'(Bearskin·곰 모피)으로 불리는 흑곰의 털로 만든다. 전통 방식대로 만들어지는 영국 근위병의 상징물로 꼽힌다. 프랑스 근위보병이 더 크고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해 썼던 이 모자는 1815년 워털루 전투 이후 영국 근위대 승리의 상징이 돼 현재까지 의전 예식에서 쓰이고 있다. 국왕 공식 생일행사나 국빈 방문과 같은 예식뿐 아니라 버킹엄궁 앞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흑곰 사냥 방식이 잔인하고 모자 한 개 제작에 곰 한 마리가 필요하다면서 인조 모피로 바꾸라고 촉구해 왔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야생동물 도살로 얻은 모자에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말고 인조 모피로 바꿔라"고 요구했다. 페타는 20여년 동안 캐나다 흑곰 도살에 대한 영국 국방부의 지원을 중단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며 인조 모피 사용을 제안해 왔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요건을 충족한다면 인조 모피 대안을 모색하는 데 열려 있다"면서도 "이제까지 안전과 내구성 등 기준을 모두 통과한 대체품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털의 길이가 곰 모피 털과 같은 9.5㎝여야 하고, 근위병들이 모자를 착용하는 동안 모자가 젖지 말아야 하고 물을 부었을 때 물이 흘러내려야 하는데 인조 모피는 이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곰 모피는 캐나다 당국의 규제 아래 적법한 사냥으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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