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려니 분담금 부담" vs"건설사 경쟁 환영"…리모델링 아파트도 극과극

입력 2024-09-14 07:21   수정 2024-09-14 19:44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리모델링을 선택한 노후 아파트 단지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사업성 문제로 리모델링을 포기하려는 일부 단지는 매몰 비용을 두고 주민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반면 새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건설사들이 몰리며 사업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군포시 산본 설악주공8단지 리모델링 조합은 해산 절차를 밟고 있다. 낮은 사업성이 발목을 잡으면서 시공사 선정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당초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를 검토했지만, 전용면적 43㎡ 크기의 소형 가구가 절반에 달하는 탓에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높아지는 공사비로 인해 분담금이 커진다는 소식에 주민들도 재건축으로 마음을 돌렸다.

문제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동안 쓴 사업비였다. 리모델링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3억원에 달하는 대여금 반환을 요구해 조합원들이 나눠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근 율곡주공3단지 역시 주민들 사이에서 리모델링 조합을 해산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1년 시공사까지 선정하며 사업을 추진해온 단지지만, 높은 분담금이 문제가 됐다. 3.3㎡당 공사비가 510만원에서 750만원까지 늘어나며 예상 분담금이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조합은 해산 여부를 주민에게 물을 계획이다.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 매몰 비용을 재정산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어 주민 간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리모델링 포기를 결정한 서울 강동구 길동프라자아파트 조합은 해산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그간 조합이 시공사로부터 빌려 사용한 사업비를 반환해야 하는데, 보유금이 없어 조합 명의로 보유 중인 주택이 경매에 넘어간 상태다.

정비업계에선 이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사업 중단으로 오히려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규모와 설계 등의 문제로 재건축 사업성도 나오지 않는 단지인데, 매몰 비용만 커졌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 추진 당시 재건축과의 사업성 비교를 했던 곳들인데, 뒤늦게 사업 방식을 바꾸려다 보니 잡음이 커지는 것”이라며 “재정비 초기에 사업성 비교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건설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용적률과 사업 속도라는 이점을 활용해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는 곳에 대형 건설사들이 몰리면서 주민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리모델링은 용적률이 높은 단지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고, 사전자문 등 인허가 절차도 비교적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 재건축은 준공 30년 이상 단지만 추진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뒤부터 가능하다.

서울 강동구 성내삼성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최근 주민 동의율이 조합 설립 기준(66.7%)에 근접했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 6곳이 수주를 위한 눈치 싸움에 나섰다.

5000가구 규모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서울 동작구 ‘우극신’(신동아4차·이수극동·우성)은 지난 5월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시공사 공동 선정을 추진 중인 성동구 강변건영과 서울숲한진타운은 960가구 규모로,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나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사업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장점이 있고, 앞으로 추진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며 “건설사들이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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