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반도체 업종에 대한 모멘텀(상승동력)이 추세적으로 계속될 것인지를 두고서는 증권가의 전망이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과거 반도체 호황기를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에 실적이 고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이런 우려가 과하다며 저가 매수 전략을 권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전날 각각 7.38%, 2.16% 상승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1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수요가 여전히 엄청나고 투자 수익이 상당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증폭시킨 영향이다. 이 발언으로 엔비디아(8.15%)를 비롯해 브로드컴(6.79%)과 ASML(6.49%) 등이 급등했다. 미 정부가 중국과 우호적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최근 AI 칩을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란 보도도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장비 공급사로 역시 '엔비디아 수혜주'로 꼽히는 한미반도체도 5.3%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강세는 황 CEO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AI 칩 생산을 맡길 수도 있단 가능성을 비친 영향이다.
이날 간밤에도 엔비디아(1.92%)와 브로드컴(3.97%) 등 AI·반도체 관련주가 강세였다. 하지만 이 훈풍을 넘겨받아 국내 반도체주가 모멘텀을 더 길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 달 사이 국내 증권사는 반도체주 눈높이를 내렸다. 이날 6개월여 만에 다시 8만원대를 목표주가로 제시한 BNK투자증권을 비롯해 총 8곳이 일제히 시선을 기존보다 낮췄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메리츠투자증권, DB금융투자, BNK투자증권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내렸다.
특히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추정치는 꾸준한 하향 조정세다. 현재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3조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데 최근 추정치는 모두 11조원 아래로 제시되고 있다.
외국인의 강한 매도세도 모멘텀 약화 흐름으로 해석된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과 개인은 삼성전자에 대해 각각 4조1041억원, 6652억원 매도 우위였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외국인과 기관은 8043억원, 2036억원 순매도했다. 두 회사 모두 개인이 이들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가 실적 개선 여력은 더 있어 보이지만 국내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분기 실적 전망은 내년 3분기 단기 고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주식형 펀드 자금의 IT 업종 유입이 지난달 중순 이후 둔화하고 있는 만큼 국내외 반도체주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반도체 매수 적기라는 시각도 있다. 신희철 iM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12개월 선행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0.85배 수준까지 밀려나 박스권 하단에 가까워졌다"며 "지수 반등을 노릴 수 있는 구간으로 반도체 매수를 고려할 때"라고 강조했다.
삼성증권도 바닥이 가까워졌단 분석을 내놨다. 공급이 탄력적으로 조절되고 있고 수요가 내년에 확대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황민성 삼성증권 테크팀장은 "모바일 중저가 제품 중심으로 수요 약세가 확인되고 있지만, 고객이 구매를 줄이는 만큼 생산도 줄고 있는 만큼 연내 공급업계 재고가 다시 증가하진 않을 것"이라며 "판매가 부진한 남은 하반기 동안 고객이 재고를 소진할 것이고 반도체 수급 환경은 갈수록 건강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내년 수요가 확대될 것인 만큼 연착륙을 전망한다"며 "AI 수요가 약하면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HBM 인증에 적극적일 필요가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삼성전자를 매수해 AI 사이클 쏠림 현상에 '헤지'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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