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풍·MBK, 법원에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신청

입력 2024-09-13 09:42   수정 2024-09-15 19:45

이 기사는 09월 13일 09: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습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선공에 나선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 대한 법적 공세도 시작했다. 공개매수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영풍의 특수관계자인 최 회장이 자사주 취득 등으로 이를 방해하면 자본시장법 위반과 시세조종 혐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방어측의 손발을 묶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영풍 측은 이날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이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영풍의 특별관계자인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취지다.

이날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진과 이사회, 자사주 신탁계약을 맺은 신탁회사 앞으로도 공문을 보내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은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이자 주식시세 조종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장을 보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공세에 나선 근거는 자본시장법 제 140조상 별도매수 금지의무다. 자본시장법 제 140조는 '공개매수자 및 그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동안 공개매수 대상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매수하는 것이 금지'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풍의 ‘특별관계자’인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은 공개매수 기간인 오늘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막히게 된다.

법적 대응의 주체는 영풍이지만 고려아연의 특수한 지배구조를 활용해 최 회장을 묶어놓는 전략을 짠건 MBK파트너스다. 실질적인 경영 활동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게 내줬지만 지배구조상 고려아연이 기업집단상 영풍그룹에 속한 점을 공략했다.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는 영풍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특별관계자다. 특별관계자로 묶여 있는 최씨 일가가 같은 기업집단인 영풍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지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어렵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그만큼 고려아연 기습 공격을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얘기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한국앤컴퍼니를 상대로 적대적 M&A에 나설 때도 비슷한 전략을 썼다. 당시 조현식 고문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통해 조현범 회장에 대한 경영권 공격에 나서자 부친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은 장내에서 지분을 매집해 조 회장의 우군에 섰다. MBK 측은 이같은 행보가 특별관계자간 지분매집에 해당한다며 금융감독원에 정식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영풍과 MBK 측은 공개매수기간 동안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취득은 특별관계자의 별도매수 금지 위반과 더불어 자본시장법 제 176조에 따른 주식 시세조종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개매수 발표로 평상시 주가보다 높게 형성된 가격에 경영진과 이사회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다면 고려아연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날 고려아연의 주가는 오전 9시 30분 기준 전날 대비 22.48% 오른 68만1000원까지 치솟아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66만원을 돌파했다. 주가가 높게 형성된 상황에서 자사주를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 경영진과 이사회가 주주에 의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게 영풍 측의 주장이다.

차준호 / 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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