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차량의 급가속으로 사고가 날 때마다 '급발진'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막상 조사를 해보면 모두 운전자의 조작 미숙으로 드러난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도 브레이크 페달만 잘 밟으면 차량은 결국 감속하거나 멈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1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최근 5년간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분석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주된 원인은 모두 '페달 오조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과수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 현황'을 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364건의 급발진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국과수가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차량이 완전 파손돼 분석이 불가능했던 일부를 제외한 321건의 사고는 모두 운전자 페달 오조작이 원인이었다.
실제 전문가들은 급발진 사고가 있을 수는 있지만 급발진 의심사고가 급발진 사고일 확률을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급발진 추정 사고의 95% 이상이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확신을 가지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지만 사실 엑셀페달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오조작만 줄여도 대부분의 급발진 추정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엑셀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아도 결국 차가 멈추기 때문에 급발진 의심 상황이 발생했을 때 차라리 두 발로 페달을 밟으라고 조언했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결국 속도가 줄거나 멈출 뿐 오히려 속도가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급발진이 발생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선다"며 "급가속으로 큰 사고가 나는 경우는 대부분 사람의 실수가 개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해외 선진국에서는 급발진 관련 이슈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자동차업계의 분석이다.
일본에서는 차량 결함으로 차가 스스로 튀어 나갈 수 있다는 의미인 '급발진'이라는 용어 대신 '급가속' 또는 '페달 오조작 사고' 등의 용어가 통용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한 해 3000건 이상의 페달 오조작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페달 오조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지시스템을 2012년부터 도입해 운영 중이다.
미국에서조차 아직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가 없다. 2009년 토요타의 대규모 리콜을 불러온 사고는 국내에서 '급발진 사태'로 불렸지만 사실 전자계통의 오류가 아닌 운석 바닥 매트에 가속페달이 끼여 발생한 사고로 결론이 났다.
반면 국내에서는 급발진과 관련한 이슈가 해마다 거듭되고 있다. 지난 7월 급발진 논란을 일으킨 '시청역 역주행 참사' 또한 국과수는 급발진 아닌 페달 오조작으로 결론을 내렸고 검찰은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사고 운전자를 구속 기소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급발진을 주장하는 이들도 상당해 불안감을 키운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 현상이 일어나면 차량보다 운전자 자신에 대해 먼저 의심하라"며 "당신이 브레이크라고 생각하고 밟은 것이 사실은 가속페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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