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13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와 관련해 "기업사냥꾼의 적대적·약탈적 인수합병(M&A)"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표명서를 내고 "공개매수는 당사와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최대주주인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러아연은 "이번 공개매수 시도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비철금속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한 당사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약탈적 M&A"라고 비판했다.
전날 영풍과 주주 간 계약으로 고려아연 최대주주로 참여한 MBK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 '(주)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통해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고려아연 주가는 55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공개매수가는 이보다 18.7% 높은 66만원으로 책정돼 이날 장 초반 고려아연 주가는 20% 넘게 뛰어올랐다.
고려아연은 "영풍은 아연 생산 과정에서 당연히 발생하는 부산물인 황산을 자체적으로 처리하지 못해 당사에게 20여년 간 황산 처리를 대행하게 했다"며 "당사가 안전상의 이유로 황산 처리대행 계약의 기간만료 후 갱신을 거부하자 법원에 가처분을 제기하면서 당사의 황산 처리대행 없이는 석포제련소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풍의 경영에 실패한 장형진이 50년간 지속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경영능력이 입증된 현 경영진의 의사에 반해 당사의 경영권을 침탈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며 "이번 공개매수는 당사의 중장기적인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소액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었다.
MBK파트너스에 대해서도 "시장경쟁력 있는 회사를 인수한 다음 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과도한 배당금 수령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의 약탈적 경영을 일삼았다"며 "부당한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 임직원과 지역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업가치를 저해한 사례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사모펀드가 당사의 경영권을 취득하는 경우 구성원, 지역사회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갈 뿐만 아니라 전체 주주들 및 구성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독단적인 경영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현 경영진의 리더십 하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임직원 및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주주들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당사에 대한 지속적인 신뢰와 지지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이날 공고에서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 취득함으로써 경영권을 공고히 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며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약 7∼14.6%(144만5036주∼302만4881주)를 공개 매수한다. 이에 따른 공개매수 대금은 약 2조원에 달한다.
공개매수 응모 주식 수가 최소 매수예정수량에 미달할 경우 응모 주식 전량을 매수하지 않고, 목표 수량을 만족할 경우 전량을 매수한다. 초과할 경우에는 목표 수량만큼만 안분비례해 매수한다.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장씨 일가의 손을 잡으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경영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최 회장과 그 우호 세력의 지분율은 약 30%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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