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한화·LG화학 잡아라…경쟁 나선 고려아연·MBK

입력 2024-09-13 13:33   수정 2024-09-14 21:31

이 기사는 09월 13일 13: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재계에서 유명한 마당발로 꼽힌다. 오너 3세, 4세와 인맥이 넓고 깊다는 평이다. 이런 인맥을 바탕으로 앞선 고려아연 분쟁 과정에서도 현대자동차 LG 한화 등을 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시장에선 인식하고 있다. 영풍과 손잡고 최 회장의 경영권 박탈에 나선 MBK파트너스는 해당 기업들이 최 회장의 우호주주(백기사)가 아니라고 보고 교감에 나섰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이들 기업과 여전히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고 확신 중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최근 고려아연 대주주인 현대차 LG 한화 주요 경영진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주주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HMG글로벌(지분 5.0%)과 한화H2(5.0%), LG화학(2.0%), 한화임팩트(1.9%), 트라피구라(1.6%), ㈜한화(1.2%), 한국타이어(0.8%), 한국투자증권(0.8%), 조선내화(0.2%), 동원산업(0.04%) 등이 포진 중이다. 이 같이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지분만 18.54%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대기업은 최 회장의 백기사라는 인식이 많았다. 고려아연 등이 소속된 영풍그룹은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세웠다.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계열사는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인 최윤범 회장 등이 맡고 있다.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병희 창업주의 차남인 장 회장을 비롯한 장씨 일가가 담당한다. 두 가문은 신사업과 유상증자를 놓고 갈등을 빚은 이후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매입 경쟁이 본격화한 2022년부터 고려아연은 대기업들의 투자를 적극 유치했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를 처분하는 이들 기업에 매각하는 형태로 우호 주주를 확보한 것이다.

대기업 오너일가와 관계가 긴밀한 최윤범 회장이 이들 기업의 투자유치나 자사주 교환 등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고려아연 지분투자 과정에서 "사업 목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백기사라는 평가를 애써 부인했다. 최윤범 회장과 공동으로 지분 5% 보유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배경이다.

MBK는 이 같은 '최윤범 동맹'을 깨트리지 않고서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들 주주를 만나 공감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와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는 한국타이어는 교감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타이어를 제외한 대기업 주주들과 만나 고려아연의 사업 비전과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MBK는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2019년 출범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6040억원가량을 투자하는 등 석연치 않은 경영 활동을 문제 삼아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자신들이 경영권을 접수한 뒤에도 현대차·한화·LG 등과 진행하는 고려아연의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고려아연과 한화, LG 등의 유대감이 단단하다고 보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한 언론에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경우 고려아연과의 미래 협력 관계에 불확실성이 커져 국내 배터리 산업의 장기적 성장과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했다. 고려아연에 대한 MBK의 공세를 비판하는 뜻으로 해석된다.

MBK는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이날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 규모는 고려아연 지분 7∼14.6%(144만5036주∼302만4881주)로 공개매수 대금은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김익환/강경민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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