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선거 결과를 놓고 베팅하는 도박 사이트가 약 100년 만에 처음으로 양성화됐다.
뉴욕의 금융 스타트업 칼시(Kalshi)는 오는 11월5일 미국 대통령선거와 함께 진행되는 차기 의회 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중 누가 더 우세할 것인지에 대해 돈을 걸 수 있는 코너를 12일(현지시간)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를 금지해 온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리한 데 따른 것이다.
20세기 초 이후 미국에서는 선거 결과를 두고 베팅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허용하지 않았다. 다른 도박과 달리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미국 대선에 대한 도박을 할 수 있는 폴리마켓과 같은 사이트는 본사를 해외에 두고 규제를 피해 운영 중이다. 미국에서는 다른 참가자들이 베팅한 결과를 확인만 할 수 있고, 참여는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영국 래드브로크 등 유명 도박사이트도 미국 대선에 대한 조(兆) 단위 베팅이 벌어지고 있지만, 미국에서 접속하면 참여할 수 없다는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
미국 도박 업체들은 이 시장을 뚫기 위해 끊임없이 소송전을 벌여 왔다. 지난 주 워싱턴지법 소속 지아 콥 판사는 지난 주 칼시가 CFTC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칼시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CFTC가 과도하게 권한을 행사했다”고 결정했고, 칼시 측은 “거의 100년 만에 선거 결과 베팅이 허용됐다”고 자축했다.
칼시가 이날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약 5만5000건에 달하는 계약이 몰려드는 등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다만 CFTC 측이 즉각 판결 적용 단기유예를 신청하고 항소해 이날 오후 9시께부터 서비스는 중단됐다.
선거 도박은 돈이 된다. 이날까지 폴리마켓에 몰린 미국 대선결과 베팅 금액은 약 8억85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태릭 맨서 칼시 공동창업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베팅시장은 소음 중에서 정확한 신호를 가려내고 미래에 관한 진실을 더 밝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 선거에 개입하려는 세력이 생겨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CFTC는 “선거 도박 허용은 선거를 상품화하고 민주주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CFTC는 정치 선거와 이벤트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을 사실상 금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선거 뿐만 아니라 상습적인 도박은 모두 형사법 처벌 대상이다. 한국인이 해외 사이트에 베팅하는 것도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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