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하라고 등 떠미는 격"…금투세 시행에 '직격' [인터뷰+]

입력 2024-09-18 17:46   수정 2024-09-18 19:08


"9월은 연말을 앞두고 전통적으로 변동성이 심한 기간입니다. 저라면 포트폴리오 변동을 최소화할 겁니다."

국내 1세대 해외펀드 매니저로 꼽히는 목대균 KCGI자산운용 운용총괄대표(CIO)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일 단기 증시 대응 전략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한경닷컴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연말까지의 주식시장 흐름과 함께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기업가치 제고)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등 증시 이슈를 물어봤다.

목 대표는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로 투자업계에 입문한 뒤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에서 스타 펀드매니저로 간판 펀드들을 운용했다. 그가 CIO를 맡은 KCGI자산운용은 지난해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후 간판을 바꾼 뒤 1년간 공모펀드 순자산을 22% 불렸다.

9월에는 증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부터 9월은 증시가 항상 좋지 않았다. 통상 변동성이 컸다. 변동폭이 크다는 건 매매에서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 중국, 제조업 지표가 흘러내리고 있어서 더 우려스럽다. 여기에 증시에선 '인공지능(AI) 버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 대선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다. 매매 포지션을 이동할 때도 규모를 줄이고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대응해야 한다.

당장 이번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있다.

▶자산운용사에서 실무 펀드매니저로 약 10년을 보냈는데 이 기간 추석 연휴를 9번 넘게 보낸 것 같다. 명절 직전 포트폴리오를 옮기게 되면 그다음엔 항상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보통 움직이지 않는 편이다. 이번 FOMC도 추석 연휴 후에 곧바로 예정돼 있어서 대응이 쉽지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10개월 만에 순매도세로 전환했다.

▶대부분 IT·전기전자 섹터에서 순매도가 나왔다. 시장을 전체적으로 부정적으로 본다고 하면 광범위하게 팔아야 하는데 주력이 IT니까 IT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하반기 실적 눈높이가 낮아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방향성을 봤을 땐 아무래도 이전보단 조금 더 보수적으로 보거나 눈높이를 낮추는 게 맞는 것 같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 수익률은 중국, 러시아 수준으로 저조한데.

▶국내 증시가 올해 주가순자산율(PBR)로 봤을 때 반올림해서 1배 정도 된다. 정확히는 0.9배 정도인데, 글로벌 증시에서 중국과 거의 '꼴찌' 다툼을 하고 있는 수준이다. 중국은 그래도 우리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더 높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니 수급 공백이 생겨버렸다. 외국인이 봤을 때 코스피에 이제 좀 투자하려고 하니 갑자기 미국,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꺾이기 시작한데다 반도체 D램 가격도 주춤하면서 마음을 돌린 것 같다.

최근 반도체, 바이오 주춤하면서 주도주가 안 보인다.

▶결국 국내 증시는 수출 기반이 모멘텀(상승동력)이다. AI 산업은 그래도 외형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과 관련해 전력설비 관련 기업들도 유망해 보이는 건 맞다. '버블' 얘기가 나오더라도 외형이 커지는 건 맞다. 지금 주가가 주춤한 건 경쟁이 심화돼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여서다. 청바지 회사인 리바이스가 (심한 경쟁 속에서도) 결국 살아남은 것처럼 전력설비 관련주는 앞으로도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선진국 사이클에 연동돼 있는 방산주, 조선주도 좋아보인다.

조만간 코리아밸류업지수가 나온다.

▶장기적으로 밸류업은 국내 증시가 가야할 방향이다.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어주니 수급 여건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좋다. 특히 대형주는 더 기대감이 높아질 거다. 단기적으로도 호재가 살아있다고 본다. 다만 (밸류업 관련주는) 현재 고배당주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차이를 두려면 주주환원율 관점에서 봐야하는데 국내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는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 배당만 남는 거다. 그렇다면 현재 고배당주와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 그렇다고 해서 기업 입장에서 획기적인 사업개편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돈을 못 버는데 배당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거다. 그러니 지속가능한 ROE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그 다음에 이걸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이냐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일본도 밸류업을 안착시키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금투세가 내년 시행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투세를 시행하면 저희 같이 해외 투자를 많이 하는 회사에서는 좋다(*민주당이 준비하는 금투세 보완 패키지 법안에 따르면 금투세 기본 공제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리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해외 직접 투자를 허용). 그러나 국내 증시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폐지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이건 그냥 한국 주식 하지 말라는 얘기다. 미래 성장성을 보고 하는 게 주식인데 미국은 ROE가 20%가 넘는다. 한국(ROE 9%)은 미국에 비해 디스카운트되는 나라다. ISA 계좌를 사용하면 비과세까지 해준다는데 그러면 무조건 해외주식으로 가야하는 거 아닌가.

금투세로 투자심리 악화를 우려하는 여론도 나온다.

▶돈이 자꾸 빠져나가면 주가로 평가되는 기업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거다. 해외에선 기업이 자금조달할 때 그 기업의 주가도 평가한다. 시가총액이 얼마냐를 따지는 거다. 현대차가 테슬라보다 훨씬 차를 많이 파는 회사인데 자본시장에서 돈을 빌릴 때는 다른 평가를 받는 거다. 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보다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되는 거다. 돈이 부족하면 주식을 매각해 투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는 것이고, 국가의 부의 지형이 달라지는 것 아니겠나. 근데 해외주식 투자하는데 더 인센티브를 준다고?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얘기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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