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밀리고 반등했는데"…FOMC·BOJ 불안 여전 [주간전망]

입력 2024-09-15 07:49   수정 2024-09-15 07:50

코스피는 추석 연휴를 마치자마자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라는 대형 이벤트를 맞아야 한다. 이튿날엔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결정회의가 열린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통화정책이 맞물리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악몽이 되살아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8일(현지시간) 종료될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 Fed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빅컷’(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부상하기도 했지만,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을 웃돌았으며 Fed 인사들도 선을 긋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폭보다) 중요한 것은 점도표와 Fed의 태도”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 참여자들인 내년 상반기까지 9번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한 반면, 6월 FOMC에서 제시된 점도표는 2026년까지 9번의 금리 인하를 나타내고 있다”며 “통화정책에 대한 Fed의 태도와 시장의 기대심리 사이의 괴리율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BOJ의 통화정책 결정회의가 FOMC 결과 반영에 이어 20일 연달아 개최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미 Fed와 달리, BOJ 인사들이 최근 매파(통화 긴축 정책 선호론자)적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서다.

이경민 연구원은 “엔화 변동성이 확대되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매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미국 증시 유동성이 축소되는 9월 계절성과 맞물리면서 엔 캐리 청산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는 엔·달러 환율 임계치로 이경민 연구원은 올해 1월의 저점인 달러당 140엔을 제시했다.

미국과 일본 통화정책의 악영향에 대한 우려는 이미 우리 증시를 뒤흔든 바 있다. 지난 3일부터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하락해 지난 11일에는 2513.37까지 밀린 것이다. 7거래일동안의 낙폭은 6.25%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379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연휴를 앞두고 그나마 시장을 안정시킨 건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심리 개선이었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최신 AI 칩 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테마에 포함된 종목들이 급등했다. 훈풍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퍼져 코스피는 저점 대비 2.47% 오른 2575.41로 13일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한국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증권가 전문가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 내년 상반기께 실적의 피크아웃(정점 통과)이 예상되는데, 과거를 돌이켜 보면 주가가 실적에 6~8개월 선행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당장의 실적 전망치도 낮아지고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3조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데, 최근 제시되는 추정치는 모두 11조원에 못 미친다”며 “최근 추정치일수록 더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3분기 실적은 현재 컨센서스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 산업인 반도체가 부진한데 한국 증시의 호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전체 수출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우선 반도체 수출의 경우 업황 둔화 가능성을 차치하고서도 실적 증가율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작년 4분기부터의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1년동안 이어지면서 역기저효과가 사려지는 데다, 물량 증가 효과도 줄어들고 있어서다.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의 수출도 증가세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 환율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원화 약세 효과가 수출 기업의 기대 이상의 깜짝 실적 발표(서프라이즈)에 기여한 바 있다”며 “하반기에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수출 기업의 서프라이즈 기대감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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