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땅 1000평 기부?" 갈등 폭발…조합원 둘로 갈라졌다

입력 2024-09-17 12:00   수정 2024-09-17 13:45


서울 강남권 최초로 공공재건축을 택해 관심을 모았던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7차'가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합 내홍이 깊어지면서 올해 출범한 신임 집행부도 해임 위기에 처했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반포7차 재건축 조합이 최근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5월 출범한 현 조합 집행부가 약 1000평에 달하는 토지를 추가 기부채납하고 아파트 각 동에 공공시설을 설치해 단지를 개방하는 안을 추진한다며 일부 조합원들이 반발에 나선 것이다.

1980년 준공된 신반포7차는 올해 4월 말 2차 자문위원회를 통해 서울시와 용적률 360%, 공공기여율 16%를 적용해 재건축을 추진키로 협의했다. 전임 조합 집행부가 공공기여를 임대주택 168가구와 공공분양 118가구로 갈음한 뒤 임기를 마쳤고, 5월 말 새 집행부가 구성돼 사업을 이어받았다.

조합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반포7차 재건축 계획 수정안에는 이전에는 없던 복합문화 복지시설 2661.4㎡(약 805평) 등의 기부채납 계획이 추가됐다. 해당 부지는 서릿개소 공원을 마주하고 있어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곳이다. 여기에 더해 재건축 아파트 각 동 1층에 공공도서관, 다함께돌봄시설, 동호회실, 어린이집, 실내놀이터 등도 추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조합의 재건축 계획 수정을 두고 신반포7차 조합원들이 둘로 갈라졌다.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에서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하는 한편, 다른 조합원들은 신속한 재건축을 위해 필요한 결단이라며 맞서고 있다. 한 조합원은 "임대주택 등 이전 기부채납을 유지하면서 토지를 추가로 내주게 됐다"며 "공공시설을 각 동마다 배치해 단지 내 외부인 출입을 유도하는 것에도 주민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나서 조합장과 대화한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불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됐다. 녹취록에서 조합장은 관련 서류를 서울시에 제출한 날짜를 묻는 질문에 "(7월) 4, 5, 6 중에서 하루를 진행했다"고 답했다. 7월19일이던 주민설명회 개최 전에 의견 수렴 없이 수정안을 제출했다는 것이 비대위의 주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조합장이 서울시에 사전기획안을 몰래 제출했다"며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내고 해임총회를 위한 발의서를 걷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조합의 임원 해임은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소집된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비대위는 전체 조합원의 약 40%에게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합 측은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반포7차 조합장은 "비대위가 공개한 녹취록은 일부 발언만 잘라낸 것"이라며 "4, 5, 6 중에서 하루라는 것은 24~26일을 의미하는 발언으로, 녹취록으로 공개된 발언 직후 재차 7월 말이라고 강조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4~26일 중에 서울시와 협의한 것이고 (관련 수정안은) 아직 문서 접수가 이뤄진 단계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토지를 추가로 기부채납했다는 주장을 두고도 조합 측은 '기존안에 포함된 대지지분 기부채납을 2910㎡(약 880평)줄여 전체 기부채납 면적을 377.5㎡(약 114평)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부채납 등 수정안 변동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복합문화복지시설 부지를 분리하라는 서울시 보완요구사항을 준수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한편 신반포7차는 강남권 노른자위 입지로 부동산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하철 3호선 잠원역까지 도보 3분인 초역세권 아파트인데다 반포역·고속터미널역 등도 도보권이다. 뉴코아아울렛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가깝고 잠원한강공원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해 49층, 1045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며, 일반분양 물량은 471가구, 공공분양 및 임대는 각각 127가구로 계획됐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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