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신혼(예비)부부들에게 1일 임대료가 1000원인 ‘천원 주택’과 신생아 가구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 1%를 추가 지원하는 ‘1.0 대출’을 인천형 주거정책으로 발표하고 2025년부터 시행할 계획입니다.
시가 보유 또는 매입한 ‘매입임대’ 주택이나 ‘전세 임대’ 주택을 월 3만원에 빌려주는 방식인데 결혼한 지 7년 이내의 신혼부부 또는 예비 신혼부부에게 최초 2년, 최대 6년까지 지원하며 연간 1000호를 공급합니다.
인천시의 천원 주택은 사회초년생이나 취약계층에 도움을 주고자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목적에 충실합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월세는 85만원입니다. 주거비를 3.5%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자녀 출산 및 양육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런 선의의 목적이 장기적인 시각에서도 임차인에게 도움이 될지는 보다 고민이 필요합니다. 무주택자에게 최고의 복지는 내 집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생애 최초로 내 집 마련을 하는 분들을 상담해보면 전세를 옮겨 다니기 불편해서 집을 산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집을 마련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불편함을 극복하려는 마음입니다. 거주하며 불편함을 못 느낀다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욕구도 줄어듭니다.
그리고 재테크의 출발점은 내 집 마련입니다. 내 집 마련을 해야 향후 자산가치 상승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는 어떤 나라의 자산관리 책자에도 항상 나오는 원칙입니다.
반대로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에 거주하면 이른바 '벼락거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집값이 오르는 동안 자산에 큰 변동이 없어 실질적으로 부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임차인을 위해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의 가장 큰 피해자가 임차인인 점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4년간 자산이 묶인 사이 집값과 전셋값 모두 뛰어 거주 자체에 위협을 받기 때문입니다.
과도하게 저렴한 임대주택이 주변 시세를 왜곡한다는 점도 우려됩니다. 인천시 아파트의 평균 보증금과 월세는 3375만원에 90만5000원입니다. 공공에서 한 달에 3만원 수준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임대사업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주택시장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임대차 시장에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이들이 사라지면 수급 불균형이 발생합니다. 올해 초 3만건이 훌쩍 넘던 아파트 전세 매물이 9월 2만8000건대에 머무는 서울이 좋은 예시입니다.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를 없애면서 이들이 공급하던 전세 매물이 사라졌고, 입주 물량 감소의 충격이 시장에 그대로 전달되며 전세 매물이 품귀를 겪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이 꼭 필요한 분들은 있습니다. 인천시 천원 주택도 그 취지는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라는 이유만으로 자산축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임대주택을 권하는 것은 이들에게 미래 희망을 사라지게 만드는 일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전 정부에서 양산한 벼락 거지를 현 정부에서는 더 이상 만들지 말아주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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