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기원>은 한국인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추적한 책이다. 생물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을 연구하는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썼다. ‘방랑자’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대륙을 나와 어떻게 한반도까지 도달했는지 인류 이동의 역사를 살펴본다.
그는 세계 각 지역에서 인간 집단이 형성될 때 “기후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수만 년 동안 인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끊임없이 움직였다는 것.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기원의 사람이 섞였고 한반도 사람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이동한 호모사피엔스는 약 4만 년 전 동아시아에 도착했다. 농경이 시작되기 전이라 수렵채집민 집단은 어로와 사냥이 쉬운 초원 지대를 선호했다. 한반도는 인기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2만5000년 전 기온이 낮아지자 추위를 피해 북방민이 한반도로 들어왔다. 다시 온난해지면서 북방으로 돌아갔고 소빙하기가 올 때마다 남하를 반복했다.
한국인은 자신들이 북방계 유전자 영향을 받아 몽골인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여긴다. 하지만 한국인과 몽골인은 유전적으로 꽤 차이가 난다. 저자는 최신 연구를 인용해 한국인은 남방에서 올라와 북방에 정착했다가 다시 한반도로 내려온 남중국인과 비슷하다고 했다. 최근 중국 동북 지역의 ‘랴오허 문명’ 연구가 활발한데, 이 랴오허 문명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현대인이 한국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일본 최초의 벼 농경 문화는 ‘아요이 문명’이다. 그 기원은 한반도 금강 중하류에 존재하던 송국리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시대를 거치면서 한반도 문화가 일본에 전해졌고 일본 고유의 섬 문화 발전에 기여했다. 한국과 일본 문화는 상당히 다르지만 두 나라 사람의 유전자 조성만 놓고 보면 큰 차이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추위를 피해 남하한 한국인의 미래는 어떨까. 지구온난화는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제 모두가 체감할 수 있다. 폭염, 폭우, 작물 생산량 감소,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기후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 한국인이 또다시 기후 난민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