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국가경제위원회와 국가안보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범부처인프라 TF가 활동을 시작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백악관은 “미국이 AI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AI 기업, 데이터센터 운영자, 유틸리티 회사 책임자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이날 처음 열린 회의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 루스 포랫 알파벳(구글 모회사) 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등 AI 데이터센터 수요 기업 관계자 12명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 레이얼 브레이너드 국가경제고문,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 18명이 자리를 지켰다.
백악관은 “참가자들이 미국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이를 AI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전력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또 “범부처 TF를 통해 (기업이) 기관과 연락할 수 있는 단일 창구를 지정하고, AI 데이터센터 개발을 돕기 위해 기존 권한을 조정하고 연방정부 권한을 수정하거나 강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TF 출범은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AI 행정명령의 후속조치 성격이다.
이날 회의에서 핵심 논의 사항은 데이터센터를 확보할 부지를 마련하는 방안과 전력을 공급하는 방법이었다. 에너지부는 특히 폐쇄됐거나 문을 닫을 예정인 석탄발전소 부지를 데이터센터 부지로 재활용하도록 관련 자료를 기업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석탄발전소는 이미 전력망에 연결돼 있고 부지 면적이 넓어 데이터센터로 바꾸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영국 석탄발전소를, 아마존은 미국 버지니아 석탄발전소를 데이터센터로 바꾸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태양광 패널 또는 풍력 터빈을 갖추면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다는 구상이다.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를 세울 만한 땅을 찾기 위한 작업에는 육군도 동원될 예정이다. 백악관은 “육군공병대(USACE)가 전국 부지의 허가 내역을 분석해 기업과 공유하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안보를 목적으로 마련된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데이터센터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연방정부 소유 토지 정보도 함께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AI가 폭발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챗GPT가 질문 1건당 답변할 때 쓰는 에너지는 구글 검색 1건의 10배 수준이다. 또 이미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에너지는 텍스트 생성의 60배(허깅페이스 연구자료)에 달한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는 이미 5000개를 넘어섰지만 수요에 비하면 공급이 크게 모자란다. 미국 상무부 산하 전기통신정보청(NTIA)은 자국 내 데이터센터 수요가 2030년까지 해마다 9%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앨런 데이비드슨 통신정보 담당 상무부 차관 겸 NTIA 국장은 “미국에는 다가오는 AI 혁명을 뒷받침할 만큼 데이터센터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NTIA는 이와 관련해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대응하면서도 공급망 탄력성을 갖추고 데이터 보안을 확보할 방법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이달 초 업계에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개발 과정에서 미국인 근로자 고용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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