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발레리노로서는 김기민에 이어 두 번째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하게 된 전민철(20·오른쪽). 지난 12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내년 상반기 러시아로 출국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크고 작은 무대를 가리지 않고 춤을 추고 있다. 이달 29일에는 유니버설발레단 객원 무용수로 ‘라 바야데르’에 참여해 전막 주연 ‘솔로르’로 데뷔한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한 장면처럼 13세 때 “남자가 무슨 발레냐”고 반대하는 아버지를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설득해 발레리노의 길에 들어선 그는 “그동안 갈라 공연이나 창작 발레를 통해 관객을 만났지만 제일 좋아하는 건 고전 발레”라고 말했다.
전민철은 3막이라는 긴 공연 시간을 이끌어가는 주역 무용수로 처음 무대에 선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라는 대극장도 그에게는 처음이다. 과거 ‘라 바야데르’라는 공연도 직접 본 적이 없다. 이번 공연은 그야말로 그에게 수많은 첫 경험의 무대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신인을 두고 피날레 공연 캐스팅이라는 베팅을 했다. 티켓이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발레단은 기대 이상의 ‘전민철 효과’를 봤다. 전민철은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이 올초부터 저에게 계속 발레단과 같이 작업했으면 좋겠다고 권했다”며 “저를 알아보고, 높이 평가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전민철이 연기할 솔로르는 인도의 무희 니키야를 사랑하는 전사다. 니키야와의 파드되(2인무)와 패기가 넘치는 전사의 안무를 선보여야 해 테크닉은 물론 무희와 공주를 오가는 삼각관계를 표현하는 연기력까지 갖춰야 한다. 그는 “파트너인 니키야(발레리나 이유림·왼쪽)와 함께 대화를 많이 하며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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