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사이 상장기업 10곳 중 4곳의 4분기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딘 업황 개선과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석유화학, 2차전지 소재 기업 등 다양한 산업이 부진의 늪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반면 해상운임 급등으로 해운사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이 실적 전망을 제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95곳의 올해 4분기 영업익 예상치는 66조7588억원이다. 한 달 전 4분기 영업익 예상치는 67조5674억원으로 한 달 새 1.19% 감소했다.
4분기 영업익 추정치가 한 달 전보다 줄어든 곳은 41%(80곳)에 달한다. 영업익 추정치가 가장 크게 떨어진 기업은 글로벌 종합화학 기업인 롯데케미칼이다. 한 달간 4분기 영업익 추정치가 44억원에서 -292억원으로 무려 763% 줄었다. 이 기업은 석유화학 제품 비중이 높은데,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제품 단가가 떨어졌다. 여기에 중동에서도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앞둔 만큼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7월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석화 제품 수출량이 6.6% 회복됐지만, 고유가 및 운송비 상승으로 흑자전환 시기를 2025년으로 늦춰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2차전지 소재 기업은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수요 둔화로 4분기에도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엘앤에프의 4분기 영업익 추정치는 한 달 전과 비교해 -134억원에서 -230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부터 테슬라향 신제품 출하가 예정된 만큼 출하량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내년 1분기 흑자전환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홍해 이슈가 장기화되면서 해상운임 상승으로 인한 선박회사 실적은 눈에 띄게 상승했다. 작년 연말부터 예멘 후티 반군이 수에즈 운하가 있는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위협하면서 글로벌 해운사들이 아프리카 남단으로 우회하는 노선을 택했다. 이에 따라 운항 거리와 시간이 길어지면서 해상 운임이 증가했다. 다만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이 신조선 발주를 진행하면서 중장기 수급은 점진적으로 공급 과잉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양현주 기자 hj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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