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GM의 포괄적 제휴…자동차판 한·미동맹 기대한다

입력 2024-09-13 16:17   수정 2024-09-14 00:46

현대자동차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신차를 공동 개발·생산하고 배터리 같은 공급망까지 공동 관리하는 포괄적 제휴 관계를 맺었다.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3위 현대차와 5위 GM이 힘을 합쳐 세계 최대 자동차 동맹으로 거듭난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큰 사건인 동시에 해외 경쟁사와의 제휴를 꺼리는 한국 기업들에 변화를 불러올 만한 혁신 사례로 평가된다.

현대차가 이런 도전을 선택한 배경엔 중국이 있다. 저가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에 혼자 힘으로 맞서는 건 역부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폭스바겐은 중국 전기차 공습으로 독일 공장 2곳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지는 등 갈수록 경영 환경이 악화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현대차와 GM의 경쟁력이 상호보완적이라는 공감대가 제휴 결정에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중소형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수소차 분야에서 강하고, GM은 대형 SUV와 픽업트럭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제휴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전기차 보조금과 관세를 비롯한 정책 리스크를 줄이고 GM의 탄탄한 미국 판매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 공장이 없는 캐나다 공장에서 주력 차종을 생산하거나 일부 차종엔 GM과 현대차의 공동 로고를 달아 팔 선택지도 생겼다. GM과 협업해 미국 내 신사업을 준비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수소차 생태계를 강화하고 도심 내 항공모빌리티(UAM)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양사의 제휴 성과가 나타나면 기아도 동맹에 합류할 공산이 크다.

물론 현대차와 GM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그동안 르노와 닛산,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등 수많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합종연횡을 했지만 성공으로 남은 전례는 많지 않다. 이해관계가 맞지 않거나 시너지가 크지 않아 불협화음을 내기 일쑤였다. 현대차와 GM은 이런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세밀한 제휴 전략을 짜기로 했다. 양사가 도요타와 테슬라를 뛰어넘는 미래차 경쟁력을 갖춰 세계 최고의 자동차 동맹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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