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장도로에 통행세를 걷어선 안 된다. 국내 증시가 엉망인 상황에서 시행은 적절치 않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폐지 입장을 고수해 온 정부 여당과 보수 진영에서 '금투세 찬성'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금투세 시행에 힘을 싣는 야당에선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5000만원 이상의 금융투자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금투세를 두고 여야가 각 진영 내 소수의견에 부딪힌 상태다.
특히 야당이자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견 합치가 안 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금투세를 이른바 '재명세'로 부르며 강하게 반발하자 그간 당 차원에서 추진한 '금투세 시행' 입장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은 민주당이 공개토론회를 열고 금투세 관련 당론을 정리하겠다는 오는 24일에 쏠렸다.
민주당은 이 토론회에서 당론을 정하겠단 입장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금투세 강행' 주장에 개인 투자자들의 맹공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궁지에 몰린 민주당이 택한 방법이다. 앞서 2022년 말 여야는 금투세를 2년 유예하기로 합의해 내년 1월부터 금투세 시행이 예정된 상황이다. 때문에 만일 '폐지'나 '유예'를 하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여야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금투세 폐지' 입장을 강조해 왔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24일로 예정된 민주당 내 금투세 토론회에서 치열한 논쟁을 거쳐 소위 '민주당세'라 불리는 금투세 폐지를 결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내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최근 금투세 적용 유예 입장을 밝힌 이언주 최고위원은 전날 YTN라디오에 나와 "주식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조치를 무리하게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당내 의원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한국 주식시장이 아직 취약한 만큼 작은 제도적인 변화로 (투자자들이) 심리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증시를 선진화시키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손질을 하더라도 시행 시기를 늦춰선 안 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민주당 의원 9명과 조국혁신당 의원 1명으로 구성된 '조세금융포럼'이 전날 진행한 '금융투자소득세와 금융시장 건전성 강화를 위한 1차 연속세미나'에선 '유예 불가'로 입장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세미나에 참여한 임광현 의원은 "그동안 (금투세가) 선거라는 정치적인 이유로 유예돼 왔는데, 선거가 없는 지금이 도입하기에 적기"라고 강조했다. 김성환 의원은 "금투세 도입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람이 김건희 여사와 주변 사람들처럼 주가조작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며 "금투세의 취지를 더 냉정하게 판단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를 통해 코스닥 시장 부진 배경으로 '금투세 불확실성'을 꼽아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5억원 초과 상장주식 보유 인원은 지난해 말 기준 14만명가량이다. 이들이 가진 내국인 주식 보유총액은 401조2000억원이다. 금투세 시행으로 이 투자자들 중 일부가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면 시장 타격이 클 수 있단 게 일부 증권가 우려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개인 수급 이탈 우려가 더 크다"며 "연말이 4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서 투자자들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24일 토론회에서 금투세 강행이 아닌 온건한 결과가 나오면 시장이 빠르게 안정될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살펴볼 사안"이라고 짚었다.
이같이 최근 들어 일일 시황 코멘트에서 코스닥지수의 하락을 금투세 이슈 때문으로 풀이한 애널리스트들이 많았다. 코스닥지수는 올 3월 기록한 연고점(922.57) 대비 6개월 만에 20% 넘게 밀린 상황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투세는 개미 투자자들 투심에 영향을 미친다"며 "양당 모두 타당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증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든 조속한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 불확실성 자체가 시장엔 악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 한 대관 담당자는 "워낙 인터넷 커뮤니티·텔레그램 등 다양한 채널들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이 강경한 목소리를 내다보니 의원들이 어떤 입장이든 목소리를 내기 주저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으로서도 24일 토론회 주목도가 높아서 부담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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