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13일 17: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전세계적으로 E&M(Entertainment & Media) 산업은 최근 몇년간 구조적인 재편과 시장의 높은 파고를 경험하고 있다.
OTT(Over the top)라고 흔히 표현되는 인터넷 기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독자적인 콘텐츠 확보를 위해 2010년대 중반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글로벌로 확대했다. 이러한 투자는 구독자 증가로 이어졌다.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는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뒤이어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의 벤치마크 전략이 됐다.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콘텐츠 소비 욕구는 커졌고 E&M 산업은 계속해서 성장 기로를 달릴 것으로 보였다.
산업 성장은 산업에 필요한 공간 수요를 만든다. 가팔라진 E&M 산업의 성장세와 함께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 공간 수요도 급증했다. 이에 여러 대체투자자들은 스튜디오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스튜디오 투자는 미국을 넘어 영국 등으로 확장됐고, 국내에서도 여러 지자체에서 민간자본 유치를 위한 공모사업 제안을 요청하는 등 투자 여건이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온도 변화가 생겼다. 국내외 주요 E&M 기업의 콘텐츠 투자는 2022년 시작된 글로벌 주요 국가의 기준금리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 압박을 받는 동시에 기존 소비자가 콘텐츠 소비에 지갑을 닫기 시작하는 형국을 맞았다. 새로운 방향 모색이 필요해지면서 일부 구독 서비스가 구독료를 인상하고 광고 시청 기반 요금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요 기업 간의 합병 논의도 이러한 상황에서 비롯됐다.
이윽고 금리 방향성에 변화가 다시 예상된다. E&M 산업의 사이클에 대한 긍정적인 목소리에도 주목할 필요가 생겼다. 방송사업자, 케이블TV 사업자,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의 콘텐츠 유통채널에 편성할 콘텐츠 제작이 끊임없이 요구되기 때문에 E&M 산업은 일시적인 부침은 있을 수 있지만, 다시금 호황을 맞이할 것이라는 논리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드라마나 영화로 재생산할 수 있는 콘텐츠 강국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배경과 더불어 미디어가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발전된 기술이 확장하고 있고, 그 기술이 현장에도 도입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E&M 산업의 공간 투자는 아직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부 정부출자기관과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공급한 시설 이외에 새로운 촬영 기술을 도입할 만한 스펙을 갖춘 대규모 스튜디오 공간은 전무하다. 현대화된 음향, 조명, 공조 등 설비를 갖춘 스튜디오 또한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향후 E&M 산업의 새로운 상승기에 대비하려면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세계를 호령할 만한 역량을 보여준 국내 미디어 제작자들이 어떠한 공간과 환경에서 작업해 왔는지 살펴야 한다. 배우와 스태프들의 접근이 용이하고, 안전이 보장되며, 계절과 날씨에 관계없이 양질의 콘텐츠 생산에 도움될 수 있는 기술적인 고려가 반영된 공간이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민이 선행된 공간에 대한 투자는 새롭게 도래할 E&M 산업의 호황기에 새로운 K-무비, K-드라마 열풍의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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