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 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에 연루된 주요 인물을 줄줄이 소환하고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는 19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6기)의 취임 후 첫 수사 지시로 다혜 씨 소환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방검찰청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다혜 씨의 서울 주거지와 전시 기획사, 제주도 한림읍 소재 별장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과 포렌식을 마치는 대로 다혜 씨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씨가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 채용돼 받은 급여와 태국 이주 비용 2억2300여 만원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을 띠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씨의 취업 이전까지 다혜 씨 가족은 문 전 대통령에게 생계를 의지하고 있었는데, 취업 이후 생활비 지원이 끊겼다면 서씨에게 지급된 급여가 문 전 대통령에게 돈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다.
이 사건은 국민의힘과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이 2020년 9월~2021년 4월 4차례에 걸쳐 서씨의 취업과 이상직 전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임명 경위 간 대가성을 규명해달라며 문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다.
검찰은 지난해 4월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와 함께 수백억원대 배임을 공모한 혐의로 이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한 뒤부터 서씨 취업 특혜 사건으로 수사의 방향을 틀었다. 작년 3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진공, 인사혁신처에 이어 중기부와 중진공이 공동 출자한 한국벤처투자 등을 압수수색했고, 올해 들어 문재인 정부 때 재직했던 인물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1월 11일 최수규 전 중기부 차관, 1월 17일 홍종학 전 중기부 장관, 1월 23일 김우호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1월 25일 김종호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2월 2일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2월 6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2월 14일 주영훈 전 대통령 경호처장 등이 줄줄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서씨는 1월 30일, 2월 7일과 14일 등 세 차례 소환했다. 서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은 1월 16일 이뤄졌다.
5월 검찰 인사가 이뤄진 뒤에는 이 의혹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를 기각한 감사원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8월 20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8월 31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를 차례로 소환했다. 지난 9일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친인척 관리 업무를 맡았던 전 청와대 행정관 신모 씨를 상대로 공판 기일 전 증인신문도 진행했다.
신씨를 포함한 주요 인물들은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추석 연휴 이후 이르면 이달 이뤄질 가능성이 큰 다혜씨 소환 조사에서도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혜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나는 내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기 위해 즈려밟고 더럽혀져야 마땅한 말”이라며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 취임 이후 검찰 간부 인사 등 진용을 갖출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다혜씨 소환 일정은 내달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심 총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 전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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