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하며 대한민국 기업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업종을 불문하고 전부 늘어나고 있다. 직원의 고령화는 필연적으로 인건비 증가로 이어진다. 게다가 생산성 하락까지 겹치게 된다. 고학력의 건강한 50대 은퇴 인력을 재고용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기업인력 고령화의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2010년 39.0세에서 지난해 43.8세로 4.8세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9.6세), 사업시설관리·임대서비스업(6.5세), 건설업(6.2세), 도소매업(5.6세)이 평균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노인 인구 증가로 복지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낮은 급여와 시간제 근로 등으로 젊은 근로자가 유입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인력 부족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수출과 고용을 떠받치는 제조업 연령은 같은 기간 38.6세에서 43.1세로 늘었다. 전체 평균보다는 다소 낮은 4.5세가 증가했다. 제조업 고용 인력은 전체 산업 중 26.8%에 달한다. 제조업을 세부화해 뜯어보면 섬유업(7.0세), 기타 운송장비(5.6세), 자동차·트레일러(5.1세), 금속 가공업(5.0세), 기계·장비(4.9세), 전기장비(4.9세),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4.4세), 고무·플라스틱(4.2세), 1차 금속(3.3세), 화학업(3.0세), 식료품(2.4세) 순으로 직원의 평균 연령이 증가했다.
직원 고령화에 따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늘고 있다. 연공서열식 임금구조가 보편화한 터라 40~50대 근로자가 많아지는 데 따른 필연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근로자에게 지급한 월 임금 총액은 2013년 대비 36.9% 늘었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9.8%로, 실질 인상률은 17.1%다. 45~54세 근로자들이 대거 은퇴하는 10~15년 뒤엔 인건비 부담은 줄지만, 인력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고령 근로자가 늘어나면 생산성도 줄어들 수 있다. 보고서는 “건강, 경험, 인지 능력 등 노동 생산성은 일반적으로 40대 전후를 정점으로 하락한다”며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2022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령화 정도가 심한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더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고령화 진행 속도가 빠르고, 인력 수요가 느는 업종에 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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