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비상 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한 약사가 가정 내 비치해두면 좋은 상비약을 소개했다.
대학병원 약사 출신으로 '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저자기도 한 약사 박한슬 씨는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명절에 유독 많이들 겪는 경증 질환에 사용할 수 있는 상비약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고 운을 뗐다.
박 약사는 "설 즈음 시작된 의료대란 사태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고 명절에 유독 붐비는 응급실 이용이 어려운 시기이니만큼 간단한 질환에 대응할 수 있는 상비약을 갖춰두면 좋다"고 증상명 상비약을 추천했다.
▷ 체한 것 같고/더부룩할 때
박 약사는 "이럴 때 관습적으로 '소화제'를 많이들 드시지만, 사실 소화제는 이런 상황을 해결해주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소화제의 주된 성분들은 '소화효소'인데, 이건 우리 몸에 부족할 일이 잘 없다"고 했다.
이어 "실제로 우리가 겪는 더부룩하고 체한 것 같은 증상은 여러 이유로 위장관 운동에 이상이 생겨서인 경우가 많다"면서 "평상시에도 꿈틀꿈틀 음식물을 입에서 변기까지 밀어내는 내장 기관의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멈춰서 그런 현상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때는 소화제가 아니라 '위장관 운동 조절제'를 드셔야 증상이 빠르게 호전된다"면서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 처방이 필요한 보다 전문적인 약도 있지만,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위장관 운동 조절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때는 포리부틴/트리싹 같은 제품명으로 많이 팔리는 '트리메부틴' 성분 약을 상비약으로 뒀다가 급체하거나 과식으로 심하게 더부룩하실 때 사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갑자기 설사할 때
박 약사는 "설사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열이 나는지, 그리고 혹시나 설사에 혈변 같은 게 보이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라며 "이런 경우는 감염에 의한 설사일 가능성이 높은데, 몸에서 나쁜 균을 빨리 몸 밖으로 밀어내려 설사를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지사제를 함부로 복용하면 나쁜 균이 더 오래 장 속에 남으면서, 감염이 더 심각해지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열이 동반되거나, 피가 나오는 설사는 꼭 병원 가서 진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우리가 '배탈'이라고 하는 설사는 지사제를 먹는 게 좋다. 이제 제발 정로환은 드시지 말고 약국가서 로프민이라는 제품을 사서 드셔라"라면서 "로프민은 처음 2알, 다음부터는 1알씩 드시면 장 움직임을 늦춰 설사를 멎게 해준다"고 전했다.
아울러 "가격은 조금 더 나가지만, '짜 먹는 지사제'도 있다. 스멕타나 포타겔 같은 제품인데, 설사를 일으키는 유해 성분을 흡착하면서도 설사를 멈추는 보다 더 순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 몸살이 나고, 머리가 아플 때
박 약사는 "보통 이럴 때 '타이레놀' 많이 드신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이게 정답인데 명절에는 이래저래 제사도 지내고,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이랑 술도 마시는데 술과 타이레놀은 금기 중의 금기다"라며 "타이레놀은 평상시에는 임산부도 먹을 수 있는 약이지만, 술 마신 다음에 먹으면 급성 간독성을 일으켜서 응급실에 실려 갈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술 드시는 시기에는 차라리 이지엔 같은 '이부프로펜' 성분의 진통제를 드시는 게 속쓰림은 생길 수 있지만 더 낫다"면서 "어르신들 좋아하시는 액상 감기약들, 판콜이나 판피린 같은데도 타이레놀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음주 전후에 감기 기운, 몸살 기운 있다고 이런 약 드시면 간이 상해서 이 시기에 급히 응급실을 찾으셔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약사는 "약국 문 닫았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대한약사회 홈페이지나, 네이버 같은 포털에서 '휴일 지킴이 약국' 검색하면 해당 지역에서 휴일에 문 여는 약국 찾으실 수 있다"면서 "비교적 가벼운 증상들은 위의 세 부류 약으로도 충분히 증상이 나아질 수 있으니 미리 챙겨두고 가족, 친척분들과 즐겁고 안전한 명절 보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휴 기간 응급 대응 조치도 시행된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25일까지 대형병원 응급실은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대응하고, 경증 환자는 지역 병·의원에서 맡도록 하기 위해 각 시도별로 문 여는 병·의원을 일평균 7931곳 운영한다. 올 설 연휴 때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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