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고 무턱대고 결혼했다간"…'굿파트너' 작가의 조언 [인터뷰+]

입력 2024-09-18 11:00   수정 2024-09-18 12:57


'자(子)의 복리'

최유나 법무법인 태성 이혼전문변호사는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혼 얘기를 하려면 자의 복리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민법에 등장하는 개념으로 자녀의 행복과 안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가정법원이 미성년 자녀의 친권자를 지정할 때 고려하는 원칙이다.

최 변호사는 "이혼 과정에서 분노에 휩싸인 어른의 감정을 아이에게도 똑같이 강요하면 안된다"며 "자녀가 최대한 상처받지 않도록 모두가 신경써야 하는 것이 이혼에 직면한 어른의 책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드라마 제작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유책 배우자에 대해 분노한 나머지 자녀에게 ‘앞으로 아빠(혹은 엄마)와 만나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이 한 예다. 잘못을 한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아이는 아빠(혹은 엄마)를 여전히 그리워할 수 있는데 그 감정을 짓밟아선 안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변호사 일 하며 6년간 쓴 대본

최 변호사는 요즘 스타덤에 올라와 있다. 그가 대본 작가로 나선 SBS 금토 드라마 '굿파트너' 가 시청률 16.7%(15회차 기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혼전문변호사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대본을 쓴 드라마라는 소문을 타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tvN '유퀴즈 온더 블록' 출연을 계기로 여러 예능프로그램과 인터뷰 등에서도 섭외 1순위로 꼽힌다.

최 변호사는 8·3세 두 아들을 둔 엄마다. 동료 변호사와 결혼해 11년째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한국외대 영어통번역학과를 졸업하고 기자를 꿈꿨지만, 이혼전문변호사를 그린 연극에 매료돼 방향을 틀었다. 전남대 로스쿨 1기로 변호사 자격을 딴 후 13년 넘게 이혼 변호사를 하며 2000건이 넘는 어혼소송을 맡았했다. 일을 하며 느낀 점을 웹툰 ‘메리지레드’를 통해 연재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얻었다.

최 변호사가 ‘굿파트너’ 대본을 쓰는데는 6년이나 걸렸다. 본업인 송무와 상담 등 변호사 고유의 일을 처리하고, 저녁에 두 아들을 육아하고 재운 뒤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대본을 쓰며 틈새시간을 활용했다고 한다. 그는 “글을 써서 세상에 영향력을 주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며 ”본업을 지키면서 하다보니 대본 쓰는 일이 재미가 없었다면 절대 지속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법률가의 글쓰기와 드라마 작가의 글쓰기가 전혀 달라 겪는 고통도 작지 않았다. 법조인들은 법정에서 다툴 ‘쟁점’을 파고들기 위해 법 조문을 기초로 판례와 학설을 촘촘히 모아 귀납적인 결론을 내는 글쓰기를 주로 한다. 반면 드라마 작가는 감정의 흐름을 중요시 한다. 최 변호사는 “신입 작가라고 생각하고 드라마 대본 작성과 관련된 국내 책들은 대부분 읽어봤다”며 “A4용지 3000매 넘게 쓰고 수정하고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방송을 타면서 '이혼전문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 메시지로 상담요청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이혼전문변호사는 결코 즐거운 직업이 아니다"며 "심리적인 고충을 해소하려는 의뢰인들의 상담에 시달리는 경우가 정말 많다. 젊은 변호사들도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라고 말했다.
◆사이다 같은 결말 없지만…

'굿파트너'는 이혼법정과 이혼전문변호사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다. 이혼드라마 원조 격인 '사랑과 전쟁'을 비롯해 이후 쏟아진 이혼 소재 드라마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인지 시청자들은 최 변호사에게 ’왜 나쁜놈(유책 배우자)이 제대로 처벌받는 모습이 안나오냐‘ ’좀 더 사이다같은 결말로 써달라‘ 는 항의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는 “감수성이 풍부해 아이와 교감을 잘 하고 육아를 훌륭하게 하시는 분들이 외도남(혹은 외도녀)인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혼전문변호사가 쓰는 드라마인 만큼 실제 가정법원에서 일어나는 진짜 속살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그러다보니 ”왜 쓰레기를 비호하느냐“고 비난받기도 한다. 최 변호사는 ”사이다 같은 결말을 쓰려고 했다면 이혼전문변호사가 쓰는 이혼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혼의 최우선 순위가 자녀' 라는 그의 원칙은 드라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 변호사는 "이혼 과정에서도 모두가 아이의 행복을 세심하게 신경쓰는 모습을 그렸다" 고 말했다. 실제로 극중 나오는 초등 6학년생 '재희' 가 주인공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변화를 그리는데 많은 비중을 뒀다. 부부는 이혼과정에서 치열하게 양육권을 다투면서도 '재희를 잘 키우자'며 분노에 휩싸인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약속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혼법정이 현실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외도나 폭행 등은 완벽한 입증이 중요하다보니 엄격한 입증 기준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며 “불법임을 알면서도 심부름센터 같은 곳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특히 폭행은 시급한 피해자 구제가 중요한데 입증을 못해 이혼이 안되면 ’가정에 갇히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외도와 폭행이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더라도 법원이 선임한 가사조사관의 역할과 의견에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매일 하는 6~7건의 상담 중 최소 한 건 이상은 ’5060세대의 가정폭력‘ 일 정도로 비중이 꽤 높다고 한다.
◆이혼 수천건 다루며 느낀 결혼
방송가에서 ‘이혼’은 유행을 타지 않는 드라마 단골 소재다. 요즘은 예능프로그램에까지 진출했다. 최 변호사는 “관계에 대한 관심은 인류가 끝날 때까지 중단될 수 없는 소재”라며 “비혼주의가 팽배한 2049세대에서도 이 드라마 시청자가 꽤 많다”고 했다. 결혼이 더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다보니 젊은 미혼남녀들이 궁금해한다는 설명이다.



최 변호사는 수천 건의 이혼을 다루면서 나름의 가정을 잘 지키기 위한 방법을 실천하려 노력한다. 그는 “직장에서 선을 넘지 않으려고 조심하다가 집에 오면 긴장이 풀어지면서 선을 넘고 예의를 잊는 경우가 많다”며 “가정의 울타리에서도 예의와 존중이라는 선을 더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직장 선후배 관계 못지 않게 배우자간 관계도 비슷해야 한다”며 “밖에서는 나를 인정해주는데 안에서는 왜 나를 무시하느냐는 인식이 생기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결혼생활이 잘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배우자를 찾는 첫 단추 꿰는 일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것에 내가 행복해하고 어떤 것을 못견디는지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며 “자기 객관화에 실패한 채로 외롭고 약해져 있을 때 만남을 가지면 결혼을 급하게 서두르고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굿파트너 작가가 된 것은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 시작한 일일 뿐, 다음 드라마를 또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여러 방송 등에서 예능 출연이나 다른 작품을 같이하자는 제안이 있지만 방송인이 될 생각이 전혀 없어 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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