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자체 '쌈짓돈' 수백억…주민도 모르게 증발

입력 2024-09-18 17:55   수정 2024-09-19 00:42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개발 사업 명목으로 지역개발채권을 발행해 놓고 만기 후 돌려주지 않은 미환급금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당액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사실상 지자체의 ‘쌈짓돈’처럼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7개 광역지자체가 주민에게 돌려주지 않아 금고에 잠자고 있는 의무매출채권 미환급금은 올 9월 기준 228억원으로 집계됐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전남이 3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 25억원, 서울 19억원 순이었다.

의무매출채권은 1969년 상수도 보급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된 수도공채에서 시작했다. 1989년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개발기금에 관한 조례 제정이 잇따라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서 지역개발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서울·부산·대구시는 지하철 건설에 특화한 도시철도채권을 찍고 있다. 이율은 연 1.35~2.5%로 매년 약 3조8000억원(2020년 기준) 수준으로 발행된다.

이 같은 의무매출채권은 차량 등록, 인허가 신청, 지자체와의 용역·물품 계약 체결 등을 위해 민원인 또는 계약 당사자가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지자체는 5년(서울은 7년) 거치 후 원리금을 일시 상환한다.

원금은 10년, 이자는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지나 채권 매입자가 돈을 되찾아갈 권리가 사라진다. 행안부는 매년 증발하는 채권만 2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혜원 경기도의원(국민의힘)이 경기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도민이 제때 찾아가지 않아 소멸시효가 만료된 원리금은 총 27억2400만원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채권 매입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채권 보유 사실을 잊거나 지자체 금고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찾아가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이렇게 되면 잉여금을 지자체 일반예산으로 빌려 각종 사업비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2022년 시·도 금고 은행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모바일로 환급을 신청하는 온라인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자체들은 주민이 채권 원금과 이자를 자동으로 환급받을 계좌를 매입 시점에 지정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제도 개편 이전에 채권을 매입한 도민은 자동 알림 문자를 받지 못한다”며 “만기일이 지난 채권과 관련해 지자체가 미환급금을 적극적으로 돌려주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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