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더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내 독재정치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명분 없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했고, 이를 ‘묻지 마 지지한다’고 선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막무가내 행보는 추가로 세계 경제를 ‘시계 제로(0)’로 만들었다. 또 이 두 나라의 지원에 기대어 내적으로는 철권통치를 강화하고 외적으론 핵 위협을 반복하는 북한을 머리 위에 이고 있는 한국의 경제 전망이야말로 안갯속이다.
설상가상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폐업과 생존 위기에도 “오늘날의 경제 상황은 큰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칭찬만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관료의 염장을 지르는 행태는 경제 상황을 더욱 절망적으로 보이게 한다. 현장에서의 “삶이 팍팍하다”는 외침을 관료들은 “통계에 따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묵살하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관료들의 공허한 수사학이 한국 경제를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블랙박스로 만들고 있다.
경제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통계와 이 통계에 기반한 적실성 있는 상황 판단과 그에 따른 효율적인 정책 대응이야말로 급변하는 세계 경제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이런 필수요건을 자의적으로 무시하고, 경제 통계의 투명성과 국민 대다수 의견을 무시하고, 새로 등극한 ‘황제’ 시진핑의 구미에 맞는 통계와 정책 성공 사례만을 공개하고 홍보하는 중국 경제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오늘날 중국은 한마디로 ‘신뢰 공황’이 ‘경제 공황’으로 이어진 좋은 본보기다.
중국 경제의 신뢰 공황이 초래한 외국인 투자자 중국 탈출 러시에 더해서 중국의 국내 자본마저 신규 투자를 최소화하고, 중국 내 상황 전개에 따라 해외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점은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여파로 그동안 투자주도형 중국 경제의 성장 모델이 붕괴할 것이라는 위기가 커지고 있다.
더더욱 불길한 것은 이런 신뢰 공황에 따른 중국 경제 위기의 현실화 조짐과 그 여건이 남의 얘기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죽하면 현 정권이 계엄령을 획책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에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중단할지 고민하는 지경까지 몰리는지를, 이런 소문의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들이 돌이켜야 한다. 지금처럼 이런 괴소문을 퍼뜨린 이들이 “나는 책임이 없다”고 우긴다면, 그래서 이런 괴소문이 낳은 공포가 확산한다면 신뢰 공황에 직면한 중국 경제보다 한국 경제가 더 급속히 붕괴할 것이라는 불안도 근거가 없지 않을 것이다.
정치의 기술은 책임을 회피하고 부정하는 기술이 아니다. 스스로 부족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해법을 제공하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여주는 기술이다. 이런 발버둥을 보여줄 의지조차 없는 정치꾼들은 파렴치범에 불과하다. 이런 파렴치범들이 최소한의 응징조차 받지 않고, 여전히 행세하는 역사의 비극은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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