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관중이 42년 만에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810만여 명에서 1년 새 200만 명 이상 급증한 것. 흥행 열풍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는 게 숏폼과 SNS다. KBO는 시즌 전 OTT 업체인 티빙과 중계권 계약을 새로 맺으며 2차 저작물을 허용하도록 했다. 일반 팬도 유튜브와 SNS를 통해 경기 영상 관련 숏폼 등을 자유롭게 올리고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졌는데, 이를 통해 SNS와 ‘밈’ 문화를 즐기는 20대와 여성층이 신규 팬으로 대거 유입됐다.
한국 프로야구는 그렇지 않아도 스포츠와 오락을 결합한 스포테인먼트의 세계적 성공 사례로 정평이 나 있다. 시즌 내내 세계 최대 야외 노래방이자 여름철에는 3시간짜리 워터밤 페스티벌을 연상케 한다. 신인 선수조차 저마다 응원송이 있고, 스케치북을 넘기며 응원 구호를 적고, 견제구를 던지면 전 응원단이 벌떼처럼 “마!”라고 윽박지르는 야구장이 또 어디 있겠는가. 치맥은 물론 물회 삼겹살 크림새우 뷔페까지 즐길 수 있는 야구장도 한국 아니면 찾아볼 수 없다.
스포츠 마케팅 측면에서 경영학 교과서에 실릴 내용이지만, 야구 자체를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올해 야구 인기의 요인 중 하나는 전력 평준화인데, 상향이 아니라 하향 평준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루 5경기 합해 109점이 나기도 하고, 10점 이상 이기고 있어도 불펜 투수들의 ‘볼질’(볼넷 남발) 탓에 안심할 수 없는 동네 야구 같은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고교 팀이 3400개, 프로팀은 12개인 일본에 비해 106개 고교 팀에서 프로팀은 10개나 되는 한국 야구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야구 업의 본질은 예능이 아니라 스포츠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