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려아연의 반격…'8조 자기자본' 한투, 백기사로 나선다

입력 2024-09-19 16:43   수정 2024-09-19 17:07

이 기사는 09월 19일 16:4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돕기 위한 '백기사'로 등장했다. 사모펀드(PEF)들과 연합해 2조원 안팎의 자금을 들여 영풍과 MBK파트너스에 맞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연휴가 끝나자 최 회장의 '반격의 시간'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담당자들이 연휴 시작일인 16일부터 복수의 국내외 PEF들을 만나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항공개매수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했다. 한투증권 측은 PEF들에 자금 증빙을 위한 LOC(인수확약서)를 최대한 많이 모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1조원 중후반에서 2조원 중반대로 예상되는 투입 자금 중 한투 측이 자기자본(PI)을 통해 가장 큰 비중의 금액을 투자하되 리스크 분산을 위해 PEF들이 외부자금을 끌어와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투증권의 합류가 확정되면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7% 지분' 공방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의 지분율은 33.13%~34.71%(영풍정밀 공개매수 성공시)다. 최 회장 일가는 현대자동차, LG화학, 한화 등 우호 지분을 합치면 총 33.99%로 추산된다. MBK파트너스는 최소 7%에서 최대 14.61%까지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MBK 측은 국민연금(7.57%)과 자기주식(2.39%)을 제외한 유통주식 21.34% 중 7%만 확보해도 의결권 지분 44%를 확보해 지분 경쟁에서 승기를 굳힐 수 있다고 보고있다.



한국투자증권은 8조 펀드를 앞세운 MBK파트너스에 맞설 자금력을 갖춘 초대형 증권사다. 앞서 HMM 인수전에서도 동원과 손을 잡고 외부 차입없이 3조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지분 0.8%를 보유하고 있어 최 회장 측의 우군으로 분류돼 왔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최 회장 측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있다.

최 회장은 이날 영풍 및 장 씨 일가와 특별관계인 관계를 해소했다. 공개매수와 관계없이 장내에서 지분을 매집하거나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더라도 자본시장법상 제약을 받지 않는다.

최 회장 측과 한국투자증권이 대항 공개매수에 돌입하면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도 기존 공개매수의 조건을 변경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최 회장과 일가 측이 보유한 자산이 고려아연 지분 약 15.65%에 불과한 데다 기존 담보 등을 고려하면 제공할 수 있는 담보가 3000억~4000억원 수준에 불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최 회장과 한투 측이 대기업 및 PEF에 자신들의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고려아연의 주가는 6.16% 상승한 70만7000원으로 마감해 공개매수가인 66만원을 훌쩍 넘겼다. 시장에선 최 회장 측의 대항 공개매수에 이은 MBK파트너스의 추가 공개매수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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