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비용은 두배 뛰고, 수입비용은 20%↓…바닷길에 무슨일이

입력 2024-09-19 11:36   수정 2024-09-19 11:40


지난달 미국 동부로의 해상 수출 비용이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치솟은 반면 해상 수입 비용은 오히려 20%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해 사태’로 수출입 선박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미국의 대(對) 중국 고율 관세 시행을 앞두고 중국 기업들이 수출물량을 늘리면서 수출과 수입 비용에 간극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19일 관세청이 발표한 2024년 8월 수출입 운송비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컨테이너 2TEU당 해상 수출 비용은 미국 동부가 866만6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9.4% 치솟았다. 미국 서부는 728만2000원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78.7% 올랐고, 유럽연합(EU)은 806만8000원으로 같은 기간 210% 상승했다.

비교적 인접한 국가로의 수출 비용도 크게 올랐다. 중국과 베트남으로의 해상 수출 비용은 각각 76만3000원과 205만9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5.4%와 170.1%씩 올랐다.

반면 해상 수입 비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다. 지난달 컨테이너 2TEU당 해상 수입비용은 미국 서부의 경우 275만6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9% 상승했지만, 미국 동부는 185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20.5% 하락했다. EU는 125만2000원으로 26.6% 상승했고, 중국은 125만2000원으로 25.8% 뛰었지만 수출 비용에 비해선 상승폭이 작았다.

해상 수출 비용이 폭등한 일차적인 원인은 ‘홍해 사태’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대항로인 수에즈 운하가 예멘 후티 반군에 의해 막히면서 수출입 선박들이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우회해야 하는데, 운항 거리가 길어지면서 투입되는 선박도 늘어나 배편 자체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선박이 전반적으로 부족해진 상황에서 수출 비용이 수입 비용보다 크게 오른 것은 미국이 중국발(發) 물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예고해서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100%로 높이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관세 인상은 당초 지난달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시행이 연기돼 오는 27일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태양광 패널의 관세율은 50%로, 현재 품목별로 7~25%의 관세가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은 25%로 높이기로 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기차 배터리 광물과 부품 등의 25% 관세도 27일부터 적용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출발한 배가 한국의 부산항을 들러 우리 물건을 싣고 미국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이 미국의 관세인상 이전에 물건을 실어 나르려 하다 보니 선박에 우리 물건을 실을 공간이 부족해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효과’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초고율 관세’가 아예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물량을 미리 빼내려는 기업이 늘고, 그에 따라 해상운임도 폭등했다는 설명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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