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90%가 상장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기후 공시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공시 부담을 가중시켜 법적 부담이 있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기업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국내 106개 기업 중 96곳(91%)이 기후 관련 공시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는 국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과 노력을 평가할 수 있게 관련 정보와 산업 지표 등의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ESG 공시'로도 불린다.
기존 계획대로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내년부터 ESG 공시를 해야 하지만, 금융위는 기업들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2026년 이후부터 ESG 공시 의무화 제도를 도입하기로 지난해 10월 결정했다. 지난 4월 공시 기준 초안이 공개됐고, 금융위는 지난달까지 기업,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았다.
김 부위원장은 "유럽연합(EU)에선 역외기업에 대한 공시 의무가 2029년부터 시행된다"며 "기업이 국제적 흐름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이어 "기업 스스로도 기후가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위가 의견을 취합한 결과 대다수 기업은 기후 공시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시대상 범위,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부담 등을 우려했다.
일부 기업은 공시대상 범위에 있어서 해외 자회사의 경우 기후 관련 신뢰성 있는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이유를 밝혔다. 정책목적 공시(장애인 고용현황, 환경정보 공개제도 등)의 유용성은 동의하나 공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스코프3 공시는 협력업체를 비롯해 제품 생산 과정과 사용·폐기 단계에서 나오는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 발표하는 공시다.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없고, 주요국 중 해당 공시를 요구하지 않는 곳도 있어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투자자들은 공시 초안에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이 반영된 점은 호평했다.
금융위는 정책목표 달성을 저해하지 않고 기업의 수용가능성을 제고할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기업의 혼선을 해소하고 공시 보고서 작성을 지원하기 위해 가이드라인 제공, 실무진 교육 등도 강화할 예정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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