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18일(현지시간) 통화 긴축 정책을 시작한 지 2년 반 만에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지만, 시장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보통 달러 약세와 국채금리 하락으로 이어지지만 이날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조정을 서두르려 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 실망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날과 같은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봐서다.
파월 의장이 이처럼 말한 것은 빅컷으로 시장이 과도하게 흥분하는 일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시장이 식어가면서 이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했지만 이에 따라 또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빅컷 결정이 Fed 내부에서 만장일치로 나온 것이 아니란 점으로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FOMC에 참석한 연준 인사 12명 가운데 11명이 0.5%포인트 인하에 찬성했지만 미셸 보먼 연은 이사만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Fed 의장은 보통 통화정책 결정에 앞서 자신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으로 보일 수 있는 공개적인 반대를 피하기 위해 타협을 시도한다.
외환 시장은 오히려 향후 통화정책의 완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기준금리 발표 직전까지 100.8 위에서 움직이다 빅컷 발표 후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인 100.215까지 떨어졌다. 이후 파월 Fed 의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가파르게 반등했다. 18일(현지시간)에서 19일로 자정을 갓 넘었을 시점엔 101.02를 기록했다. 파월 의장이 빅컷 지속에 대한 시장 기대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코메르츠방크 리서치는 “첫 금리 인하 폭이 예상보다 컸지만 파월 의장이 공격적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연 3.72%로 하루 전 같은 시간 대비 7bp(1bp=0.01%포인트) 올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도 같은 시간 연 3.63%로 하루 전 같은 시간 대비 3bp 올랐다.
한편 이날 파월 의장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나 2020년 팬데믹 직후와 같은 ‘제로(0) 금리’ 시대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제로 금리로의 복귀 가능성 질문에 “개인 의견으론 우리가 그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지만, 우리 모두 나중에야 알게 될 것”이라며 “아마도 중립 금리가 과거보다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중립 금리란 경제가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태에서 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의 금리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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