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주주 최윤범 독단적 경영…고려아연 주가·재무 악화" [현장]

입력 2024-09-19 15:49   수정 2024-09-19 15:50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사모투자펀드(PEF) 운영사 MBK파트너스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주도로 이뤄진 무분별한 투자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재무건전성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19일 MBK파트너스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 회장 취임 이후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본업과 무관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를 바로잡을 이사회가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기업 거버넌스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고려아연이라는 회사의 문제가 아닌 최윤범 회장의 대리인 문제 때문"이라고 최 회장을 직격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매우 우량한 회사"라면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고려아연 주가가 47.7% 오르며 5.7% 하락한 코스피200을 크게 웃돌았으나 2019년 최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해 단독 경영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는 지속적인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2019년 취임 직전 1개월 평균 주가 대비 최근 1개월 평균 주가가 약 17% 하락했다"며 "고려아연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이익률이 2019년 16.2%에서 지난해 10.1%로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2%에서 6.8%로 줄었다"고 했다.

그는 "주가 하락의 배경은 고려아연의 장기전망에 대해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이며,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MBK 하에서도 계속 할 것"


김 부회장은 최 회장이 이끄는 신사업에 대해서는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MBK 하에서도 '트로이카 드라이브' 투자는 계속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2022년 회장에 취임한 후 고려아연을 2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등 3대 신사업을 주축으로 재편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신사업 투자 규모와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김 부회장은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위한 향후 예상 투자 금액이 11조7000억원인데 이를 위한 자금 조달 방법이 차입 외에는 없다는 점도 문제"라며 "일정 기간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신사업 투자가 지속될 경우 2029년 고려아연의 부채는 약 10조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부담하게 되는 연 이자만도 2000억~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 최 회장 취임 이후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훼손되고 있다고도 했다. 김 부회장은 "2019년 고려아연의 금융권 차입 부채는 410억원으로 사실상 없었는데 올해 6월 말 현재 1조4000억원으로 35배가량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시점 순현금 2조5000억원과 이후 유상증자·자사주 처분으로 조달한 1조3000억원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며 "예정된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올해 말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440억원의 순부채 포지션으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과 같이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한 산업군에 속한 기업이 대규모 순현금 상태에서 불과 몇년 만에 순부채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는 점은 시장이 우려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했다.
원아시아에 5600억 투자 결정, 이사회 승인 안 받아


김 부회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관여 △미국 전자폐기물 리싸이클링 기업인 이그니오 고가 매수 등 의혹도 제기하며 최 회장이 본업과는 무관한 비상식적인 투자를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2019년 3월 이후 투자한 총 38건 중 30건이 적자를 기록, 누적 당기손순실이 5297억원에 달했다고 짚었다.

본업과 무관한 투자로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대표가 기소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여행상품 플랫폼 기업 타이드스퀘어 등을 꼽았다.

김 부회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창배 회장이 최 회장과 중학교 동창이라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고 전하며 최 회장과 원아시아파트너스 간 의혹을 파고 들었다. 2019년 최 회장 취임 이후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설립됐고, 주가조작에 활용된 원아시아의 하바나1호펀드는 고려아연이 99%를 출자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그니오 인수 관련해서는 완전자본잠식이었던 회사를 매출액의 202.7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고 인수해 과도한 밸류에이션에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거버넌스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공개매수를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 모든 임직원이 받아가는 한 해 인건비가 3800억원인데 (원아시아파트너스에) 5600억원을 투자하면서 이사회 승인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며 "최 회장 개인 전결로 처리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의사결정구조를 제대로 세우겠다고 나서면서도 당장 최 회장을 해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2.2% 지분을 가진 분(최 회장)이 스스로를 오너라고 생각하고 여기 재산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맞지 않는다"면서 "공개매수 이후 이사회에 들어가 의혹들을 살펴보고 난 뒤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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