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돈은 전부 지폐인데다 권종도 다양해서 '동(VND·베트남 화폐 단위) 지갑'이 필수에요. 다이소 제품으로 직접 만드니까 비용도 덜 들고, 재밌었어요."
지난달 베트남 호찌민을 관광하고 온 30대 조모 씨는 "앞서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회사 후배의 권유로 직접 만들게 됐다"며 자신이 만든 '동지갑'을 소개했다. 그는 "다이소 동지갑은 이미 베트남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유명하다"며 "동지갑을 사용하니까 현지에서 계산 착오가 줄어들고, 여행이 끝난 뒤 최종 정산 때도 매우 편했다"고 설명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관광차 베트남을 찾는 수요가 점차 늘면서 베트남 화폐를 넣어 사용하는 '동지갑'을 직접 만드는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활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제작하는 맞춤형 동지갑이 특히 베트남 여행객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시중에도 베트남 여행용 동지갑이 따로 판매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지폐를 바로 꺼내기가 불편하다는 평가가 많다. 따라서 베트남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은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문구 제품을 활용해 직접 동지갑을 제작하고 있다.
이른바 '다이소 동지갑'에는 주로 '클리어 섹션 파일 10 포켓' 제품이 활용된다. 똑딱이 단추로 여닫고, 안에는 메모장을 넣을 수 있는 포켓 10개가 달린 제품이다. 온라인에 무료로 배포된 각종 라벨 도안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인쇄해 포켓마다 50만동, 20만동, 10만동 등 라벨만 붙이면 완성이다.
일부 도안에는 '(베트남에서 주로 사용되는 향신료인) 고수를 빼달라', '구매하지 않겠다' 등 여행할 때 쓸 간단한 회화가 포함돼 있어 제작 과정에서 이를 따로 지갑에 붙일 수도 있다.
30대 신모 씨는 "시중에서 파는 제품은 포켓이 부족하고, 크기도 너무 크다. 그런데 다이소 동지갑은 포켓이 많아 종류별로 지폐를 넣기 편하다"며 "특히 시장같이 정신없는 곳에서 옆 사람이 돈 세기 바쁠 때 돈을 바로 꺼내 계산할 수 있어 뿌듯한 마음마저 들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재주가 있다면 자신만의 동지갑을 더 다채롭고 실용적으로 제작할 수 있다"며 "그 자체가 재미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이소 동지갑'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저렴한 비용이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클리어 섹션 파일 가격은 1000원이다. 라벨 도안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배포된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시중에 나온 동지갑 제품이 대부분 1만5000원에서 2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값싸게 자신만의 여행용 지갑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조씨는 "1000원짜리 다이소 클리어 파일 하나 사서 라벨지를 붙이면 된다. 베트남 여행 커뮤니티에 가면 무료로 다양한 버전의 라벨지를 찾을 수 있다"면서 "인쇄해서 테이프로 붙이기만 하면 되니 제작도 손쉽고, 비용도 거의 안 든다"고 전했다.
베트남 여행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이소 동지갑이 큰 관심이 받으면서, 이를 개량한 새로운 제작 방식도 공유되고 있다. 이 역시도 다이소 제품이 주로 활용된다.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포토카드 미니앨범 24 포켓' 제품을 활용한 '미니 동지갑' 관련 게시물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성자는 기존 방식으로 제작한 다이소 동지갑과 개량한 지갑을 비교하며 "많은 돈은 큰 동지갑에 넣어 가방 안에 보관하고, 미니 지갑을 외부에 가지고 다니면 딱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네이버에 '베트남 동지갑'을 검색하면 다이소 문구 제품이 상위에 나올 정도라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놀랐다"며 "고객들이 자사 제품을 실용적이고 참신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고객에게 가성비뿐만 아니라 재미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까지 모두 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2030 세대는 경험을 통한 소소한 자기만족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에겐 여행 준비 과정에서 동지갑 같은 필수품을 직접 만드는 경험도 '여행의 재미' 중 일부다.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이 주는 행복감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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