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Fed)이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했지만 국내 증시는 0%대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나 홍콩 항셍지수가 2% 넘게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가를 54% 하향하면서 국내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락한 영향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업황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반론과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고점 찍고 하락)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2.02% 하락한 6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6만22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SK하이닉스는 6.14% 내린 15만2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11% 넘게 떨어지며 14만원대로 내려앉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76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순매도는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다. 삼성전자를 9200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365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한미반도체(-3.32%), 주성엔지니어링(-3.02%), 원익IPS(-2.07%) 등도 일제히 급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15일 발간된 모건스탠리의 SK하이닉스의 매도 보고서 영향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곧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Double downgrade to UW)'라는 제목으로 SK하이닉스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췄다. 투자 의견은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한꺼번에 두 단계를 하향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D램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다운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시장 전망보다 3개월~1년 이상 빠른 고점 시기를 제시한 것이다.
국내 증시가 휴장했던 추석 연휴기간 미 반도체 관련 종목의 변동성도 컸다. 지난 3거래일 간 나스닥 지수는 0.9% 상승했지만 엔비디아는 3.0% 하락했다. 애플도 2.7% 내렸다.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이 과잉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모건스탠리의 주장에 대한 반박도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학습용 AI 뿐 아니라 내년부턴 추론용 AI에 대한 반도체 수요도 커질 것”이라며 “주로 학습용 AI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뿐 아니라 고객군이 다변화하면서 HBM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모바일 시장 등에서 수요가 약화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다. 황 연구원은 “고객이 반도체 구매를 줄이는만큼 반도체 기업은 생산을 줄이고 있다”며 “올 하반기 재고가 소진되면서 오히려 반도체 수급 환경은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가격이 이미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만큼 모건스탠리의 주장이 대체로 맞아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한달 간 DDR4 8기가바이트(GB) D램 반도체 가격은 1%, 4GB 제품은 2% 이상 하락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반도체 가격이 생각보다 빨리 하락하고 있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 매출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바일 D램 수요가 약해지면 업황도 꺾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3분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를 하회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1개월 새 11.11% 감소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업체의 메모리반도체 재고 보유 시기가 다시 13~14주로 증가했다”며 “판매가격 상승폭도 한자리수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심성미/조아라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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