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절벽에…행복주택 경쟁률 '고공행진'

입력 2024-09-19 17:17   수정 2024-09-26 20:26

최근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의 입주 경쟁률이 크게 뛰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청년이 안전한 임대주택에 몰리고 있는 데다 오피스텔 같은 신규 소형주택(비아파트) 공급이 끊기면서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해져서다. 청년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선 경쟁률이 1000 대 1을 넘어서는 등 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19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입주자 모집 결과를 발표한 서울 관악구의 ‘관악봉천 H1·2·3’ 행복주택은 전용면적 19㎡ 한 가구에 2246명의 지원자가 몰리면서 경쟁률이 2246 대 1을 기록했다. 청년이 모집 대상이었다. 7가구가 공급된 전용 17㎡에도 1406명이 몰려 경쟁률이 175.7 대 1에 달했다.

최근 예비입주자를 모집한 서울 잠실 행복주택도 청년 경쟁이 치열했다. 대학생과 청년을 대상으로 전용 14㎡ 20가구를 공급했는데 1만3020명이 몰리며 경쟁률이 651 대 1까지 치솟았다. 서울 수서역세권2블록 역시 청년을 대상으로 5가구가 공급된 전용 26㎡에 5906명(경쟁률 1181 대 1)이 몰렸다.

행복주택은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의 100% 이하여야 입주할 수 있고 최장 거주기간도 6년으로 제한된다. 입주 도중 결혼하거나 자녀를 갖게 되면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지만, 청년에게 공급되는 가구 대부분이 전용 20㎡ 안팎의 소형이라 그간 공급에 비해 경쟁률이 저조했다.

그러나 전세사기 공포가 커지면서 청년 대상 행복주택 입주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 대비 최대 40% 저렴한 데다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년 선호도가 높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행복주택 외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지방에서도 최근 청년 행복주택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세종에선 청년 대상 행복주택 입주 경쟁률이 267 대 1을 기록했고, 부산에서도 과거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청년 행복주택 경쟁률이 수십 대 1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선 장기적으로 행복주택 경쟁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각종 제약에도 행복주택 입주 경쟁률이 오르는 건 그만큼 공급이 적기 때문”이라며 “역세권에 저렴한 민간임대주택이 공급되면 비정상적인 행복주택 경쟁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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