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 재판하면서 한바탕 웃고나면 갑자기 무서워지죠"

입력 2024-09-19 18:18   수정 2024-09-20 00:42


“인간의 숨겨진 죄를 파헤치는 재판을 유머러스하게 그리다가 강력한 반전으로 물음표를 남기는 블랙코미디입니다.”

하수민 연출가는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극 ‘트랩’을 이같이 소개했다. 서울시극단의 신작 ‘트랩’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단편 추리소설 <사고>를 재해석한 연극이다. 오는 27일 개막한다. ‘새들의 무덤’으로 제45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하수민 연출이 맡았다.

주인공은 야심 가득한 섬유회사 판매 총책임자 트랍스. 자동차 사고를 당해 어쩔 수 없이 한 전직 판사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조용한 시골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이 집은 사실 치열한 모의 재판 놀이가 펼쳐지는 법정이다. 집주인인 전직 판사부터 전직 검사 ‘초른’, 전직 변호사 ‘쿰머’와 전직 사형집행관 ‘필렛’은 이 집에 모여 종종 모의 재판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트랍스를 자신들의 재판 놀이에 초대해 피고인으로 세운다. 이 가짜 재판은 자신은 죄를 지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트랍스의 삶을 파헤치며 그가 무의식중에 지은 죄를 저울질하기 시작한다.

파티와 재판을 오가는 법정 놀이가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 때마다 판사는 새로운 와인 한 병을 꺼내온다. 법정 놀이에 신이 난 가짜 판사, 검사, 변호사는 술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춤으로 가득한 파티를 마음껏 즐긴다.

반대로 주인공 트랍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홀로 고통스러워한다. 하 연출은 “유쾌한 유머에 슬랩스틱 연기까지 등장하지만, 그 속에는 무거운 함의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출연 배우들이 실제로 음식을 먹고 물을 마시며 연기하는 점도 이 작품의 독특한 관람 포인트. 집주인 역을 맡은 남명렬은 이날 간담회에서 “음식을 입에 넣고 씹는 시간과 대사하는 타이밍까지 계산해야 해 연습이 매우 어렵다”며 “계속 물과 음료를 마시다 보니 연습을 마치고 나면 항상 화장실이 급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근 연극 ‘햄릿’에서 남명렬과 합을 맞춘 김명기가 주인공 트랍스, 서울시극단 소속 강신구가 전직 검사 초른 역에 캐스팅됐다.

연극 ‘트랩’은 이달 27일부터 10월 2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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