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金·중소형주…금리인하기 新투자전략

입력 2024-09-19 18:03   수정 2024-09-20 01:01

미국 중앙은행(Fed)이 코로나19 사태 후 4년여 만에 금리를 인하하면서 그동안 대형·기술주 위주였던 해외 투자전략을 중소형주, 채권, 금 등으로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들어서면서 시장의 색깔이 바뀔 가능성이 큰 만큼 그에 발맞춘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미국 러셀2000·장기채·하이일드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유리해져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ODEX 미국러셀2000(H)’ ETF는 4.86% 오른 1만35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ETF는 미국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Fed가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자 금리 인하에 민감한 중소형주 위주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빅테크주 상승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미국 증시에서 가치·중소형주가 역사적 저평가 수준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EPI투자자문에 따르면 미국 가치·중소형주는 성장·대형주 대비 주가가 2000년 닷컴버블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신긍호 EPI투자자문 부사장은 “글로벌 증시가 가치주와 중소형주 중심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해외 투자자도 러셀2000지수를 주목하고 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금리 인하 조치는 대형주보다 소형주에 유리하다”며 “러셀2000지수가 S&P500지수의 수익률을 압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레이그 존슨 파이퍼샌들러 전략가는 “금리 인하의 최대 승자는 러셀2000”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론도 있다. 우려보다 양호한 경기 지표가 나오는 만큼 ‘메가 트렌드’인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 종목이 다시 오를 것이란 주장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산업이 무엇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증시 조정기엔 AI 시대를 주도하는 빅테크를 다시 매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장기채 투자도 유망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가격이 움직이는 채권도 금리 인하기 초입에 투자하기 좋은 상품으로 꼽힌다. 특히 장기적으로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미국 장기채 관련 ETF가 유망하다는 조언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장기채는 금리가 1%만 내려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Fed의 빅컷에도 18일 장기채 금리는 상승(가격 하락)했다. 대표적 미국 상장 장기채 ETF인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TLT) 가격은 이날 1.24% 내렸다. 하지만 지금이 오히려 매수 기회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채 금리가 올라간 것은 시장이 인하 기대를 선반영한 데 따른 일시적 되돌림”이라며 “역사적으로도 피벗 이후 한 달 정도까지는 금리가 박스권에 머무르거나 오히려 올랐지만 곧 중장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리 인하가 달러화 약세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환헤지가 된 ETF 상품을 고르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

투자 등급 미만 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채권 상품도 비교적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신용위험은 제한적인 반면 금리 하락기에도 연 7~8%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어서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유망한 금도 금리가 내리면 투자가 몰리는 대표적 자산이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금값이 그동안 많이 오르긴 했지만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면 주요국 중앙은행은 약세를 보일 수 있는 달러 대신 금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ACE KRX금현물’ ETF는 최근 6개월간 18.31% 상승했다.

박한신/맹진규/이시은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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