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 긴축 정책을 펼친 지 2년 반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18일(현지시간) 시장은 혼조세를 나타냈다. Fed가 시장 예상보다 금리 인하폭을 확대해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했지만 점도표와 성명서, 제롬 파월 의장 등의 발언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달러 약세와 국채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던 과거와 달리 이날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다. 미국 증시는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다가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통화정책 조정을) 더 빠르게, 더 천천히 할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일시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통화정책을 정할 때 “회의 때마다 들어오는 데이터, 변화하는 전망, (물가와 고용) 리스크 균형을 바탕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9월 FOMC에서는 빅컷에 나섰지만, 추가로 금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같은 보폭을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번 금리 인하와 관련해 “뒤늦은(behind the curve) 조치가 아니다”고 강조하면서도 하향 조정된 지난 7월 고용지표를 미리 알았더라면 같은 달 금리를 낮췄을 것이라고 밝혔다. Fed가 잘못된 7월 고용지표를 전달받아 금리를 제때 인하하지 못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는 발언이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6일 8월 고용보고서를 공개하며 기존 7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수치를 11만4000명 증가에서 8만9000명 증가로 대폭 수정했다.
Fed는 금리 인하와 함께 발표한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연 5.1%에서 연 4.4%로 낮췄다. 당초 시장에서 Fed가 연 5.25~5.5%인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연 4.25~4.5% 또는 연 4.0~4.25%로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였던 만큼 점도표 역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빅컷이 Fed 인사 12명 만장일치가 아니라 미셸 보먼 이사가 반대 의견을 내놓은 가운데 결정됐다는 점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보먼 이사는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Fed 이사가 2005년 후 금리 결정에 반대 의견을 밝힌 첫 사례다. 보먼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빅컷에 반대했다.
시장은 다소 실망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3.08포인트(0.25%) 내린 41,503.10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16.32포인트(0.29%) 내려간 5618.2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4.76포인트(0.31%) 하락한 17,573.30에 마감했다.
외환시장은 오히려 통화정책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유로화, 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기준금리 발표 직전까지 100.8 위에서 움직이다가 빅컷 발표 후 지난해 7월 후 최저인 100.215까지 떨어졌다. 이후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자 가파르게 반등했다. 19일 0시를 갓 넘었을 시점엔 101.02를 기록했다. 코메르츠방크리서치는 “첫 금리 인하 폭이 예상보다 컸지만 파월 의장이 공격적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힌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금리 인하에도 뉴욕증시 마감 무렵 전날 같은 시간 대비 0.07%포인트 오른 연 3.719%를 기록했다.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치보다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19일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는 모두 1% 넘게 상승 출발했다. 나스닥지수는 2% 이상 뛰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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