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획득을 위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 힘을 다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선언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계열사와 협력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최 회장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주식 약 14%를 매입하기 위한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MBK파트너스는 50%에 육박하는 고려아연 주식 의결권을 획득하게 된다"며 "영풍 등 기존 대주주들이 MBK에 의결권과 향후 경영에 대한 권리, 고려아연의 가치 상승으로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이익 등을 고스란히 넘겼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호세력과의 연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최 회장은 "지난 며칠간 밤낮으로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계획을 짜낸 저는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며 "대한민국은 추석연휴였지만, 그 밖의 세계는 모두 일을 하고 있어 외국 회사들과 소통하는 데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MBK라는 거대 자본과의 싸움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고 저들의 탐욕도 결코 쉽게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앞에 자신만만하게 서 있는 골리앗의 정수리를 향해 우리의 모든 것을 담아 돌을 던져 쓰러뜨리고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출장길에는 재무 담당 임원 등이 동행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고려아연과 오랜 거래 관계가 있는 일본 종합상사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지역본부를 둔 글로벌 기업 등과 접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임직원에 보낸 서한에서 경영권 방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만큼 시장에서는 추가 우군 확보나 대형 사모펀드(PEF) 등을 통한 투자 자금을 확보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최 회장은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5%룰) 공시를 내고 영풍 및 장씨 일가를 특별관계자에서 해소한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 및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공고일부터 종료일까지 공개매수에 의하지 않고는 그 주식을 매수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씨 일가와 특별관계자에서 해소되면서 최 회장 측도 자체적으로 공개매수를 공시하거나 주식을 매집하는 게 가능해졌다. 다만 문제는 자금이다. 최 회장 측이 방어를 위해 필요한 최소 지분율은 7.63%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려면 1조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을 앞세워 우호세력 결집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2년 최 회장 주도로 진행한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1045억원을 투입해 지분 0.8%를 확보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등을 전담하는 수탁사 업무도 맡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국내외 PEF들과 연합해 대항 공개매수 컨소시엄을 구성, 최 회장 측의 백기사로 참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계열사·협력사 임직원에 보낸 서한 전문]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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