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한 9월 모의고사 국어 영역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에 관련된 문제가 나왔습니다. 6월 모의고사 때도 스톡옵션 관련 지문이 포함되었어요. 수능에 경제 관련 비문학 지문이 출제되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흐름입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모의고사에 나온 내용에서 파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지문이 제시되었던 만큼 이번 지문도 심층적으로 공부해둘 필요가 있겠지요.
지문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을 활용해 규제권을 행사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두 개 법이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에 대한 세부 설명이 따릅니다. 이런 지문은 내용을 알아야 풀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용어를 처음 접하게 되면 시험장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때문에 대비해두는 게 좋죠. 공정위가 ‘어떤 무기’를 들고 규제를 하는지는 지문에서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빠진 게 있어요. 공정위의 설립 목적과 기능에 대한 부분인데요, 그 부분을 집중해서 살펴보며 관련 개념을 확장해보겠습니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란 무엇일까요. 시장지배적 지위란 어떤 사업자가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시장점유율을 50% 이상 가져가는 등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부여됩니다. 독과점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죠. 이들 기업이 가격을 담합하거나,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 진출을 방해하는 등의 행동으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려 하면 규제 대상이 됩니다. 종합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삼성전자 등 PC 제조사에 경쟁사 부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요청하고 그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행위가 대표적 사례죠.
하지만 특허 등을 통해 압도적 기술력으로 1위를 하는 기업까지 ‘독점 지위’를 이유로 규제하긴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장비 회사인 네덜란드의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전 세계적으로 독점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러한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누구도 독점 지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죠. 부당한 공동행위란 무엇을 말할까요. 흔한 예가 가격담합입니다. 예컨대, 라면을 제조하는 식품 회사들이 라면 가격을 담합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죠. 건설사들이 담합해 입찰에서 수주한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철도 산업이나 석유 산업은 치열한 인수합병으로 시장경쟁력을 키우고, 오히려 가격인하를 실현함으로써 시장 수요를 창출해냈죠. 시장지배력을 가진 회사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제사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점유율 등을 이유로 합병을 제한할 경우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문제가 됩니다. 공정위의 규제는 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위해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기업들의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막고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2.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란 무엇일까.
3. 공정위 규제의 부작용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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