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서울 집값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주택 구매 시 대출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모습도 포착됐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집값은 전주 대비 0.16% 상승했다. 서울 집값은 8월 둘째 주 0.32% 오르며 5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지만, 이후 상승 폭이 점차 줄어 약 한 달 만에 반토막 났다.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함께 서울 내 대표 서민 주거지로 꼽히는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에서는 하락 거래가 늘어가는 추세다. 구로구 구로동 '구일우성' 전용면적 59㎡는 지난 12일 4억8500만원(10층)에 거래됐다. 지난달 5억1800만원(12층)에 비해 3200만원 내린 가격이다.
인근 '삼성래미안' 전용 58㎡도 지난 10일 직전 거래 대비 5700만원 낮은 7억원(4층)에 팔렸다. 올해 5월까지 7억2000만원대에 정체됐던 가격이 하반기 들어 상승하기 시작했지만,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았다. 이 아파트 동일 면적 가격이 7억원 이하로 내려온 것은 2020년 7월 이후 4년 2개월 만이다.
구로동 개업중개사는 "강남 집값이 오르면서 구로 지역에도 상승 온기가 번지나 싶더니 대출이 막히고 매수 문의가 끊겼다"며 "이 동네는 서민들이 대출을 끼고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곳이라 대출 민감도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대출을 옥죄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금리를 내리다 보니 매수 고객들은 관망하겠다는 분위기"라며 "집을 급하게 팔아야 하는 집주인들만 발을 구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입구아이원' 전용 84㎡ 역시 지난 13일 9억3000만원(13층)에 손바뀜됐다. 직전 거래인 지난 7월 9억9000만원(13층)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6000만원 하락했다. 2021년 최고가인 11억원(9층)을 기록하고 이후 거래가 뜸했던 이 아파트는 올해 3월 8억7500만원(6층)에 거래를 재개했다. 이후 9억9000만원까지 오르며 가격이 반등하는 모습이었지만, 재차 주저앉으며 2020년 6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금천구 독산동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3차' 전용 59㎡도 지난 11일 8억5100만원(22층)에 거래되며 8억원대로 내려왔다. 직전 거래가 9억2000만원(42층)보다 약 7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부동산원은 9월 셋째 주 금천구 0.11%, 관악구 0.06%, 구로구 0.07%씩 집값이 오른 것으로 집계했다. 노·도·강 지역도 노원구 0.13%, 도봉구 0.07%, 강북구 0.13% 등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반포·잠원동 위주로 0.32% 상승한 서초구였다. 이어 송파구가 문정·잠실동 주요 단지 위주로 0.28% 올랐고 강남구와 용산구가 각각 개포·압구정동 재건축 추진 단지, 이촌동·한강로 역세권 단지 위주로 0.22%씩 올랐다. 광진구 역시 광장·자양동 중소규모 단지 위주로 0.22% 뛰었고 마포구는 공덕·용강동 준신축 위주로 0.21%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대부분 지역에서 매물이 늘었지만, 거래량은 감소했다"며 "가격이 단기 급등한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관망심리가 점차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출 환경 변화와 가격 급등 피로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전셋값은 0.12% 상승했다. 영등포구가 여의도·신길동 구축 위주로 0.19% 오르면서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어 강남구와 노원구가 각각 개포·대치동 주요 단지, 중계·월계동 역세권 위주로 0.18%씩 올랐고 서초구와 은평구, 중구도 잠원·반포동 신축과 진관·응암동 주요 단지, 신당·흥인동 대단지 위주로 0.17%씩 상승했다. 성북구도 길음·정릉동 중소형 규모 위주로 0.15%, 용산구는 문배·이촌동 위주로 0.14% 강세를 보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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