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이번주(23~27일) 코스피지수가 미국 반도체 기업 실적 발표를 앞두고 상승 기조 타진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 이벤트를 소화한 만큼 상승 추세를 재개할 것이란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22일 이번주 코스피지수 움직임 예상 범위를 2520~2670선으로 전망했다. FOMC와 BOJ 통화정책 결정 이전 관망세를 나타내면서 하단을 다져놓은 만큼 지수 밸류에이션(이익 대비 지수 수준) 부담이 일부 해소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FOMC의 0.5%포인트 금리인하, 점도표상 내년까지 인하폭 확대, 내년 성장률 전망 유지(2.0%) 조합은 긍정적"이라며 "FOMC 다음날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나타냈는데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기자회견 내용을 빼고 숫자만 생각하면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 선호)적인 FOMC였다는 견해가 힘을 얻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반도체 의존도가 큰 만큼 관건은 미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다. 당장 이번주 반도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풍향계 역할을 하는 마이크론이 현지시간 25일 미국 회계연도 4분기(6~8월) 성적표를 내놓을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실적 가늠자' 역할을 한다. 올해 6월 마이크론이 제시한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76억달러(약 10조1000억원)였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을 어둡게 예상하면서 지난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곤두박칠친 바 있다.
김 연구원은 "모건스탠리의 한국 반도체 기업 투자의견 하향 보고서 이후 실제 스마트폰·PC 수요 감소의 실적 영향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가능성에 대해 확인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커져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주 마이크론 실적 발표, 다음달 첫째주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는 반도체 시장 동향을 엿볼 수 있는 이벤트"라고 짚었다.
글로벌 통화정책에 대한 이벤트도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오는 26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 컨퍼런스에서 파월 의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FOMC 이후 시장의 반응을 확인한 파월 의장의 첫 공개석상 발언으로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에 대한 배경과 경기둔화 우려에 대한 Fed의 시각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 경기둔화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의구심이 일부라도 해소될 경우 국내 증시 역시 빠르게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돼 저점 매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2650선 갭 하락 구간을 돌파 시 2700선까지 상승 여력이 확대되면서 박스권 등락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2650선 전후에서 하락 반전할 경우 9월 저점인 2490선 수준에서 지지력을 확보할 수 있어 9월 말~10월 초 사이에 저점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관련뉴스